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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불법 사찰’ 우병우, 직권남용 위헌 소송… 헌재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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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18년 만에 다시 합헌 결정

조선일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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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123조의 직권남용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18년만에 다시 나왔다. 사문화된 법 조항이었던 직권남용죄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이후 많이 활용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30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낸 형법 123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우 전 수석에게는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조항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 밖에 직권남용으로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 박병종 전 고흥군수 등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들 사건을 묶어 심리한 뒤 직권남용죄가 헌법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권남용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직권의 남용’ ‘의무 없는 일’ 등의 의미가 명백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2006년에도 직권남용죄가 명확성 원칙을 어기지 않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006년의) 선례와 달리 볼만한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또 직권남용을 저지른 공무원에게 행정 징계가 아닌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행정상 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죄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보수 정권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적폐 수사’에서 대거 활용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시 ‘유재수 감찰 무마’를 특별감찰반에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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