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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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에 도전한 분당지역 단지들이 통합재건축을 준비하면서 신탁사에 사업 시행을 맡기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예비신탁사를 선정한 곳도 나왔다. 여러 단지들이 뭉치는 만큼, 신탁 방식으로 잡음을 줄이고 주민동의율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1979가구 규모의 분당 한솔마을1·2·3단지(청구·LG·한일아파트)는 예비신탁사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업체 우선협상대상자로는 KTS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한솔마을1·2·3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3주간 주민투표를 진행한 결과로, 전체 소유주 중 60% 이상이 참여했고 이 중 88.72%가 한국토지신탁을 선택했다. KTS엔지니어링은 81.62%의 표를 가져갔다.
분당지역 다른 통합재건축 단지들도 신탁사에 사업 시행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1634규모 분당 아름마을 5·6·7단지(풍림·선경·효성아파트)는 6일 주민을 대상으로 '통합재건축 2차 추진설명회'를 개최하고, 신탁방식을 설명할 예정이다. 설명회에는 KB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신탁사들이 직접 참여해, 각 사별 사업도 안내하기로 했다.
또 시범한양·삼성한신아파트(총 4200가구)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와, 4392가구 규모 양지마을(한양1·2단지, 금호1·3단지, 청구2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도 신탁방식 채택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 분당 지역 통합재건축에서는 신탁 방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신탁방식을 택했던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 사이에서 신탁사의 사업운영 미숙으로 잡음이 일거나, 조합 방식으로 돌아선 곳이 나왔던 만큼 신탁사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실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신탁사 책임론이 제기됐다. 부지 매수 협의가 되지 않는 단지 내 상가 부지를 사업부지에 포함해, 서울시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아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되는 등 사업 지연이 초래돼서다. 인근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과거 KB부동산신탁을 예비시행자로 선정했다가, 신탁사가 시행자 지정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조합 방식으로 선회했다.
정부가 1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조합방식이 주목을 받은 것도 신탁방식을 위축시켰다. 민간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공 30년이 경과한 곳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 설립 추진도 병행하도록 하는 등 조합 설립 기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통상 조합 설립은 추진 단계부터는 1~2년, 정비사업 추진 단계부터는 10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분당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 사이에서도 신탁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분당지역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 한 관계자는 "신탁방식의 경우 수수료 문제나 신탁사마다 역량이 다른 점이 있고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걱정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더해져, 신탁방식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당 통합재건축 단지들이 신탁 방식을 고려하는 것은 대단지 통합 사업에서 조합 방식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러 통합 단지 중 한 단지의 입주민 신분으로, 전체 단지를 대표하는 조합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 대표성 문제나 의견 취합 과정의 애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합재건축 단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금도 통합재건축에 대해 단지마다 조금씩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잘못하면 조합장이 자신이 속한 단지에 유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괜한 의혹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도지구 선정에 신탁방식이 유리할 것이라는 셈법도 작용했다. 통합재건축 추진 전부터 잡음 우려가 있는 조합 방식보다는, 비교적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됐다고 인식되는 신탁 방식을 채택해야 주민동의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에 적용되는 표준 평가 항목 가운데 주민동의율 배점은 60점으로 가장 높다.
정부나 지자체가 신탁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는 정비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투명하지 못한 조합 행정을 들고 있다"며 "신탁사를 선택하면 지자체가 선도지구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투데이/허지은 기자 (hj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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