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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SNS 프로필 사진 못 바꾸게 하고 추모 예술가 체포…톈안먼 35주년 중국·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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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심 육교에 경비병 배치

홍콩, 보안법 적용해 추모 단속

톈안먼 기억 지우기 안간힘

경향신문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35주년을 맞은 4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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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35주년을 맞은 4일 중국과 홍콩에서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전날 톈안먼 광장에서 도보로 1시간가량 떨어진 육교 위에서 기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병사 한 명이 다가와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육교는 정복 차림 병사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는 별 탈은 없었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은 군을 동원해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주도 시위대를 진압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319명이 사망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영국 정부의 기밀 문서에 따르면 지방을 합쳐 희생자 수는 1만명이 넘는다.

톈안먼 시위 35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베이징 곳곳의 육교에는 감시원이 배치돼 있었다. 2022년 10월 베이징 하이뎬구의 육교 쓰퉁차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중국 당국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도심 육교에 감시원을 배치한다.

육교 감시원 배치는 톈안먼 시위 35주년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드문 계기이다. 중국에서 톈안먼 시위를 언급하거나 추모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에 일부러 톈안먼 광장을 찾으려 하지 않는 한 ‘6·4’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톈안먼 광장과 가까운 번화가 왕푸징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 등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광장 앞 도로는 이날 오후 8시 무렵 자전거를 타고 진입할 수 있었다.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경찰 차량과 경비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일반 경찰을 의미하는 공안 외에 무장경찰인 무경, 무경 중에서도 대테러 특수부대인 특경 차량이 눈에 띄었다.

흰색 펜스가 쳐진 광장 앞 도로는 일방통행이며 차량 동향은 통제됐다. 경찰과 확성기가 10m가량 마다 배치돼 있었으며 “안전에 주의하십시오. 앞을 보고 운행하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나왔다. 경찰이 한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잡고 이동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톈안먼을 촬영하는 사람들까지 막지는 않았다. 이들은 조명이 켜진 웅장한 톈안먼의 모습을 찍고 싶어하는 듯했다.

평소에도 예약과 신분 확인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 광장과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톈안먼 망루는 4일 예약이 원천 차단됐다. 광장 인근 지하철역 출입구는 지난달 28일부터 임시 폐쇄됐다.

이날 중국 온라인은 창어 6호의 달 뒷면 샘플 채취 성공이 화제였다. 바이두에서 6월 4일을 검색하면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3세 즉위, 이자성의 난, 1991년 알바니아 정권교체, 2002년 중국과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가 검색되지만 톈안먼 시위와 관련한 게시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989년 6월 4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다만 이날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고 하면 ‘시스템 유지 보수 중입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하십시오’란 문구가 떴다. 과거 일부 이용자들이 6월 4일 즈음에 촛불 같은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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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5주년인 4일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 경찰이 배치돼 감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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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감시는 홍콩에서 벌어졌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맞는 톈안먼 시위 기념일을 맞아 경찰의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30분쯤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 예술가 산무 천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1989년 6월 4일을 의미하는) ‘8964’를 한자로 쓰자마자 그를 지켜보던 30여명의 경찰관이 곧바로 그를 연행했다.

홍콩 경찰은 천을 포함해 총 8명을 국가보안법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한 이들이다. 홍콩 당국은 혼자 조용히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천주교 홍콩 교구는 홍콩보안법을 우려해 3년 연속 톈안먼 추모 미사를 열지 않았다.

홍콩 기독교계 주간지 크리스천 타임스는 지난달 말 1면을 백지 발행했다.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 파크에도 경찰이 대거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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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추모의 의미로 커버스토리를 백지로 발행한 크리스찬 타임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정치적 혼란(톈안먼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 표현)과 관련해 오랫동안 명확한 결론을 내려왔다”며 “이를 빌미로 중국을 공격하고 비방하거나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소셜미디어에서 “35년이 흘렀고 당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비극적 사건이 1989년 학생 운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쓴 ‘중국 공산당의 축약사’ 뿐이다”며 “사실을 무시하는 그러한 설명을 용인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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