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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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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 거부 이틀만에 사망…췌장암 환자 63% 진료 거부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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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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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췌장암 환자 63%가 진료 거부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혈을 거부당한 환자가 이틀 후 사망하거나, 암이 전이됐는데도 진료받지 못해 병원을 나서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5일 뉴시스에 따르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췌장암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3%는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지난달 7일 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외래 지연은 8.4%, 항암 1주 이상 지연은 6.3%, 신환자 진료 거부는 5.1%, 수술 지연은 1.8% 증가하는 등 피해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금까지 정부는 비상 체계로, 의료계는 남아있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발표는 포장된 내용임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를 보면 복수를 검사하는 복수 천자 후 혈색소 수치가 과하게 낮아져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수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이틀 뒤 갑자기 사망한 환자가 있다고 한다.

이 환자의 보호자는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수혈해야 할 수치였는데 왜 거절당했는지 모르겠다. 의료파업 사태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암 치료 중 간 전이가 왔는데도 새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진료를 거절당한 환자도 있었다. 이 환자는 "종 내과(같은 내과)를 다니는데 왜 새 환자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다른 병원에서 색전술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복수가 차 두 달 넘게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응급실에 갔는데 의료진이 "동기들이 다 사직서를 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만 오는 곳이 응급실"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환자는 "의사 의식이나 사명감은 바라지도 않는다. 의사 눈치 안 보고 진료 보고 싶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사직서 쓰라고 등 떠민 적도 없는데 왜 환자한테 투정하나"라고 했다.

이 밖에 휴진으로 항암 치료가 지연된 사례, 다학제가 취소돼 과마다 외래를 따로 잡아야 하는 사례, 입원 지연으로 지방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가방 항암'을 하게 된 사례 등이 있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를 재정비함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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