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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안보 불안에… 유럽의회 선거 극우돌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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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9일까지 투표… 전세계 주목

27國 705명 선출… 국제사회 큰 영향

우크라 전쟁 후 ‘자강론’ 목소리 커져

고물가·난민 경제현안도 핵심 의제

우파 강세 속 극우까지 입지 넓혀

佛 르펜 주도 연합그룹 60∼70석 전망

伊 멜로니의 ‘ECR’도 의석 늘어날 듯

중도우파·중도좌파 중심 대연정 타격

유럽연합(EU)의 향후 5년간 정책 방향을 좌우할 유럽의회 대표를 뽑는 선거가 27개 회원국 유권자 3억7300만명의 참여로 나흘간 치러진다.

세계일보

후보 TV토론 앞두고 기념 촬영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오베르빌리에에서 열린 공영 방송 텔레비지옹 주관 TV토론회에 출연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베르빌리에=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7일 아일랜드·체코, 8일 라트비아·몰타·슬로바키아·이탈리아가 순차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9일 나머지 20개국이 제 10대 유럽의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자 705명을 뽑는다.

EU는 미국, 중국과 함께 국제 사회 한 축을 담당하기에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유럽의회는 개별국가 의회처럼 법률안 발의권은 없지만, EU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가 발의한 법안을 심의하며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럽의회는 EU집행위원장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지만 최종 선출은 유럽의회 인준 투표로 확정된다. 따라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선거를 주목한다.

유럽 대륙이 2020년대 들어 격랑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현재 유럽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해소되고 있지 않은 고물가와 난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미·중 간 경제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이던 제조업 분야가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이런 위기감 속 유럽 경제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번 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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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안보 및 국방 분야도 주요 이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터진 최악의 전쟁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2월24일 발발)을 계기로 안보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면서 유럽 내에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이루어지는 안보 대신 자강론이 화두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함께하는 집단 방위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지속적으로 회의감을 표출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 정치의 우경화 속 대부분 이슈에서 우파가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는 이번 선거에서도 극우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연결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각국에서 모인 의원들이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처럼 기능하는 정치그룹을 꾸려 활동하는데 우파 성향 그룹의 선전은 선거 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극우로 분류되는 ‘정체성과 민주주의 그룹’(ID)은 60∼70석을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D는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정치그룹으로 북부동맹(이탈리아), 플람스의 이익(벨기에), 오스트리아 자유당(오스트리아),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체코), 덴마크 인민당(덴마크), 에스토니아 인민보수당(에스토니아) 등 유럽 주요 극우 정당이 연합했다. 소속 정당이던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달 나치 옹호 파문을 일으킨 끝에 퇴출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난민 반대 등을 주장하는 이들의 정책은 유럽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유럽 보수와 개혁’(ECR)도 기존보다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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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운동단체, 극우 세력 투표 독려 시위 유럽의회 선거를 이틀 앞둔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농민운동단체 ‘농민 방위군’(Farmers Defence Force) 등 극단주의 성향 단체들이 극우 정치세력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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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의 퇴출을 계기로 ID와 ECR이 선거 후 연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회에서 극우는 순식간에 주류로 부상하게 된다. 유럽의회에서 이어져왔던 중도우파·중도좌파 진영 중심의 기존 대연정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미 멜로니 총리에게 손을 뻗으며 극우 세력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어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EU가 급격히 ‘우향우’할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선거는 극우파의 큰 이득이 예상되며, 이는 유럽 정치의 향후 5년을 정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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