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사옥 내부 전경. /토스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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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최근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는데, 대표이사보다 더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이 등장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광경입니다. 스톡옵션은 회사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팔 수 있도록 한 성과급의 일종입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이은미 대표이사에게 6만주, 박준하 테크놀로지 헤드(CTO)에게 8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토스뱅크는 입사 1년차부터 임직원 전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8만주는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스톡옵션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고치입니다. 앞서 토스뱅크 설립을 주도한 홍민택 전 대표도 2021년 취임 후 스톡옵션 6만주를 받았습니다.
행사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이 대표와 박 CTO가 받은 스톡옵션을 단순 계산하면 각각 3억원, 4억원어치입니다. 토스뱅크는 비상장회사라 현재 주식 가치를 가늠할 수 없지만, 모회사인 토스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시장에 안착해 토스뱅크의 기업 가치가 오르면 2배의 차익은 거뜬하다는 말이 나오죠.
토스뱅크는 박 CTO가 이 대표보다 더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배경에 대해 “토스뱅크에서 경영, 기술 혁신, 사업의 성장 등에 많은 기여를 했고, 앞으로 토스뱅크의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임원이기에 스톡옵션을 추가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죠.
2019년 토스뱅크에 합류한 박 CTO는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뒤늦게 합류한 ‘막내’지만, 직관적인 UI(사용자 접속 환경)와 편의성을 무기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뱅킹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토스뱅크는 24시간 365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공을 인정받아 박 CTO는 지난해 10월 혁신금융부문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러스트=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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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에서는 “이례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옆 동네인 증권업계에선 매년 대표보다 수억원의 성과급을 더 받았다는 임직원이 속출하지만, 은행업계는 예외기 때문입니다. 은행업계는 직급, 근무 연차와 연동된 성과 보상 체계가 보편화된 곳입니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호봉제 중심의 집단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일 잘하는 임원이라도 대표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란 쉽지 않죠.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행장보다 돈 더 받으려면 퇴직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수억원의 두둑한 퇴직금을 손에 쥘 수 있지만, 목숨(?)을 걸지 않는 이상 대표보다 더 받는 직원이 될 수 없다는 ‘웃픈’ 현실이 반영된 말입니다. 실제 매년 은행원 연봉 톱10 리스트에 퇴직자들의 이름이 오르곤 합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은 직급에 연동되기 때문에 행장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스톡옵션을 주는 문화 자체도 생소한데,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는 점은 본받을 만하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꼰대’나 ‘월급 루팡’이더라도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매년 또박또박 상당한 성과급을 받아 가는 게 은행인데, 부러운 조직 문화다”라고 했습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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