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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면죄부에 파업으로 응답… 도 넘은 의사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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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휴진에 의협 파업 예고
환자단체 비판, 병원 내부서도 불만
교수 휴진은 공무원법 의료법 위반
"혈세 투입 서울대 공공성 망각" 지적
한국일보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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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들에 이어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전면 휴진을 선포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면제를 약속했는데도 환자를 뒤로하고 실력 행사에 나서는 의사들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 최선두에 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면 휴진·파업… "전공의 완전 면책" 요구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 행정처분이 완전히 취소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에 돌입한다.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한다.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자 다른 의사단체들도 고무됐다. 전 회원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의협은 투표율이 50%를 넘자 파업 가결을 기정사실화하고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범의료계 투쟁 시작'을 선포한다고 일찌감치 공지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 투표 결과를 보고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면 휴진이 의료계 전체로 확산하면 의료 공백을 넘어 의료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던 정부가 '의사 불패 신화'가 반복된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 전문의 취득 기회 보장 등 사실상 면죄부이자 특혜에 가까운 유화책을 내놨지만 의사들은 되레 강경해졌다. 의대 교수들은 복귀 여부를 불문하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자체를 완전히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처분 취소가 아닌 중단은 의사 집단행동 재발 시 효력이 재개될 여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 홍보 담당인 오승원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조치가 유화책이면 전공의들이 왜 안 돌아오겠냐"며 "행정처분 가능성 자체가 전공의들에게 굴레를 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분이 무효화되면 전공의가 복귀하겠냐는 질문에는 "복귀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하겠지만 복귀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100일 넘게 의료 공백을 초래한 전공의들에 대한 완전무결한 면책을 주장하는 셈이다.

여론 악화에 위법 소지… "공공성 망각" 비판도

한국일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병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소규모 선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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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요구에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들 입장을 배려해 강경 발언을 자제해 온 환자단체들은 특히 분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회원들 사이에서 '의사들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며 "환자를 도구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의대 교수들을 즉각 해직하고 양심적인 의사들로 새롭게 교수진을 꾸리라"는 성명을 냈다.

병원 내부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서울대병원 한 간호사는 "지난달 교수 임시 휴진 당시 예약 변경 업무는 물론 환자들 성토를 들어주는 '욕받이' 노릇까지 모두 병원 노동자 몫이었다"며 "환자들 불안과 동료들이 겪을 피해, 병원 손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무소불위적 태도에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도 "중증 환자와 암 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다수인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 서울대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 집단 휴진은 엄연한 불법이기도 하다. 서울대 교수에게는 국가공무원법이 준용되는데, 같은 법 제66조는 '공무 외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를 금지한 의료법 제15조 위반 소지도 있다. 의료법 전문가인 신현호 변호사는 "전공의 처분 취소 요구는 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이 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는 국민 혈세로 운영된다. 올해 정부출연금은 6,129억 원으로 전체 세입(1조564억 원)의 58% 규모다. 분당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의료계 중추라는 자부심을 넘어 오만함이 느껴진다"며 "결국 환자와 국민 신뢰만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제는 교수들이 중재자로서 전공의를 설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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