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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간첩단 사건’ 관할지 재이송 두고 준비기일부터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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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피고인 마음에 따라 법원 선택하는 좋지 않은 선례”

피고인 측 “준비기일부터 재이송 이야기 자체가 문제”

조선일보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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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년 넘도록 끌어오다 경남 창원으로 이송된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공판준비기일부터 관할지 이송 적절성을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맞서면서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10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 황모(60대)씨 등 4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황씨 등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캄보디아에서 접선해 공작금 7000달러(900만원)를 받고, 북한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반정부 투쟁 등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됐다. 당초 서울중앙지법이 재판해오다가 지난 4월 26일 관할지 이송을 결정하고, 창원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들이 당초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피고인이 그 관할구역 내에 현재하지 않을 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건을 피고인의 현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이송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하지만 현재 창원지법 관할 구역에는 황씨를 제외하면 아무도 거주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 마음에 따라 재판 관할 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에 있는 다수의 국가정보원 직원도 증인 신문해야 하고, 비공개 증언 등을 고려하면 창원보다 서울에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피고인 변호인 측은 “창원지법에서 준비기일이 열린 이 시점에서 다시 사건을 이송하자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신속한 재판을 원한다는 검찰의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기소는 범죄지나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하는데 검찰은 기소할 때 현재지가 서울구치소였으니, 서울중앙지법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다”며 “이런 논리라면 서울에 사는 피고인에 대한 유치 장소를 제주도로 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 제주도에서 재판받아야 하냐”고 반박했다.

또 “형사소송법에서 사건 관할을 정한 것은 피고인들이 어디서 재판받을 수 있는지를 정해놓은 것”이라며 “오히려 검찰이 피고인들의 현재지를 서울로 만들어 내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증인 보호가 되지만 창원지법에서는 안 된다는 (검찰의)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여론에 따라 재판부가 움직인다고 하는데, 서울은 영향을 안 받는 법관이고 창원은 여론 영향을 받는 비합리적 법관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재판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오해다”며 “창원지법은 출입구가 하나뿐이어서 비공개 증언을 해야 하는 국정원 직원 신분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증거목록과 증인신문 순서를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재판부가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고 입을 닫았다.

재판부는 오는 7월 2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보낼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며 “증인신문 시간 등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이송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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