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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도 사법리스크…美 현직 대통령 아들 최초 '유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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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주 방위군 공군 기지에 도착해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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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이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취득한 혐의에 대해 11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받았다. 현직 미 대통령 자녀가 형사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관련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뒤 지지율 격차를 거의 따라잡은 바이든으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11월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될 전·현직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현직 대통령 자녀로 사상 최초 유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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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 뒷편에 설치된 TV 모니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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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에 따르면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헌터의 총기 불법 소지 관련 3개 혐의 모두를 유죄로 평결했다. 지난 2018년 헌터는 자신이 마약(코카인)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사 갖고 있었다. 총기 구입시 작성하는 서류에 ‘불법 약물에 중독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2021년 헌터가 쓴 자서전을 통해 대중에 공개됐고, 지난해 9월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허위진술 및 불법 총기 구매·소지 혐의 등을 적용해 헌터를 기소했다. 미 역사상 현직 대통령 자녀에 대한 첫 형사 기소였다.

재판부는 향후 120일 이내에 당사자들과 다시 연락해 (형량) 선고 날짜를 잡을 것이라 밝혔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달러(약 10억35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초범인데다 범죄에 총기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9~2023년 헌터와 비슷한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52명 중 92%는 평균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고, 8%가 집행 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았다”며 “(헌터가)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에 잘 출석한다면 집행 유예 비율은 3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헌터의 변호를 맡은 아베 로웰 변호사는 “헌터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추구할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나도 아버지”…바이든, 전용기 타고 가 아들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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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주 방위군 공군 기지에 도착해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를 안아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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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하더라도 아들을 사면하지 않겠다 밝혀 온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대통령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이 사건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데 그 사법 절차도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마린원 헬기를 타고 도착한 윌밍턴 근처 델라웨어 주방위군 비행장에서 바이든은 헌터를 포옹하며 부정을 과시했다. 헌터와 함께 온 며느리, 손자와도 몇 분간 얘기한 뒤 사저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저가 있는 윌밍턴은 주말에 자주 방문하지만 주 중에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악재? 경미?…바이든 재선가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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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가 아들 헌터(가운데)와 헌터의 부인 멜리사 코언과 함께 헌터의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 평결이 내려진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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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의 유죄 평결이 바이든의 재선 가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바이든은 얼마 전만 해도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열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선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아들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를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공세를 펴온 바이든의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은 공교롭게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시민단체 행사에서 총기규제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헌터의 유죄 평결로 빛이 바랬다.

바이든의 지지율에 큰 영향이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캠프 측에선 헌터의 유죄 평결이 대선 5개월을 남긴 바이든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며 “다만 공화당 일부 의원들조차 헌터의 혐의를 경미한 범죄로 보기 때문에 실제 정치적 영향이 어떨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자신이 받은 유죄 평결이 조작됐다는 주장에 힘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YT는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비밀리에 헌터의 무죄 판결을 응원해왔다”며 “미 사법 체계가 바이든 부부에게 유리하게, 트럼프 부부에게 불리하게 조작됐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으나 이번 평결은 그런 주장에 어긋났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아버지 지위 이용 돈 범죄가 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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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야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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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실제로 긴장해야 하는 사안은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되는 헌터의 탈세 혐의 재판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과 연관돼있다. 공화당은 이 의혹 해소 등을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 조사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헌터의 유죄 평결) 재판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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