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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다신 못 볼 이 사진” 제주도에서 전국으로…‘친환경’ 컵이 사라진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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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다회용컵에 담긴 스타벅스 음료를 인증한 사진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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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번거로워도 쓰레기를 줄이는 거라니 기꺼이 동참했는데…아쉽네요”

푸르른 풍경을 배경으로 제주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한정판 음료가 담긴 다회용컵. 제주도 여행에서 한 장쯤 남기는 사진이다.

이 다회용컵 인증샷은 앞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었던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된 지 약 3년 만에 일부 중단되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의 스타벅스에서 차례로 다회용컵이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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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다회용컵에 담긴 스타벅스 음료를 인증한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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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컵 시범 사업 운영사인 행복커넥트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의 스타벅스에서 운영하던 다회용컵 보증금제가 일부 중단된다고 12일 밝혔다. 행복커넥트는 다회용컵 반납과 세척 등 운영을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SK텔레콤이 기술을 지원하고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했다.

다회용컵 시범 사업은 1000원을 더 내서 다회용컵에 음료를 구입하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반납한 컵은 세척과 고온 살균 등 7개 공정을 통해 다시 카페에 공급된다.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만큼, 음료를 마시고 곧장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를 줄이게 된다. 다회용컵을 70번 사용하면 소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연간 이산화탄소만큼의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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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컵 반납기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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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4일 다회용컵을 제공하던 제주도 내 카페 62곳 중 약 50개 매장에서 시범 사업이 중단됐다. ‘플라스틱 제로’ 지역인 우도 내 12개 매장에서만 다회용컵 시범 사업은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제주도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퇴출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21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다회용컵 시범 사업을 도입했고 이후에도 도내 스타벅스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을 대체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다회용컵 시범 사업은 차례로 중단될 예정이다. 제주도 외에 서울과 세종, 대구, 부산, 경남 창원, 전북 전주 등의 약 150개 카페에서 다회용컵 시범 사업이 시행 중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이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인 만큼 유지 비용만 발생하면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도 “기대 만큼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않아 적자가 지속 발생하다 보니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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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순환기업 더그리트의 컵을 서울 강남구청 내에 마련된 회수함에 반납하는 모습.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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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회용컵을 제공하던 다수의 카페에서 사업이 중단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를 줄이려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 퇴출 정책은 그동안 민간 주도의 다회용컵 보증금제와 정부 주도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투트랙으로 운영돼 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구입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운영 방식은 비슷하지만 다회용컵 보증금제와 결정적 차이가 있다.

재활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증금을 통해 수거할 뿐, 일회용컵은 말 그대로 한번 쓰고 버리는 쓰레기라는 점에서다. 단순 세척, 소독만 하면 되는 다회용컵과 달리 일회용컵은 잘게 부수고 다시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가 더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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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단체들이 10일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컵보증금제와 플라스틱 규제 외면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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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 주도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휘청이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22년 6월 10일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전국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유예 끝에 같은해 12월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시행됐다.

1년 간의 계도 기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이같은 노력이 무색하게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시행을 하지 않고 지자체가 자율 운영하는 걸로 결론났다.

이런 탓에 한때 96.8%(지난해 9월 기준)까지 올라갔던 제주도 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율은 불과 4개월 만에 54.7%로 고꾸라졌다. 일회용컵 회수율 역시 약 78%에서 53.8%(지난달 21일 기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플라스틱 위기로부터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제도마저 무너졌다”며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선도 국가가 되고 싶다면 일회용품 규제와 컵보증금제부터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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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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