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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신발로 직원 폭행' 갑질 조합장, 항소심서 눈물로 선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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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잊은 적 없어"…검찰 "세상에 이런 갑질 있나 싶어"

연합뉴스

전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피해자분들이 잠은 잘 자는지, 식사는 하는지, 마음의 상처는 아물고 있는지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축협 직원들을 주먹과 발도 모자라 신발, 술병 등으로 폭행해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모(62)씨가 항소심 법정에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13일 전주지법 제3-3형사부(정세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폭행 및 특수협박,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의 최후진술 고지에 고씨는 미리 써온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고씨는 "먼저 피해를 본 직원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제가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차가운 어두움을 지나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도록 앞으로 평생 헌신하며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하며 내내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아냈다.

반면 검찰은 고씨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 1심에서 구형한 대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씨의 맞은편에 있던 검사는 이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제가 이 사건에 대해서는 논고를 준비했다"며 작심하듯 범행을 비판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 사건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갑질이다"며 "피고인은 단순히 폭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자신의 지시를 받는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 이유서에도 기재했지만, 피고인은 과거 무고를 교사해 처벌받은 적도 있다"며 "이 사건과 동종 범죄는 아니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평소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 "검찰은 자백한 사정을 살펴 감경해서 구형했는데도 피고인이 양형부당으로 항소해 심히 유감"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과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고씨는 지난해 4∼9월 축협 직원 4명을 손과 발, 술병, 신발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 직원들이 고소하자 합의를 빌미로 피해자들이 입원한 병원과 집에 일방적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거듭된 폭행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얻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7월 11일 열린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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