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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한국인의 밥상' 물쑥전·뜸부기국·돌콩찜·율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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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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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되는 KBS '한국인의 밥상' 660회에서는 '새로운 맛이 온다 - 모르면 잡초, 알면 약초' 편으로 꾸며진다.

산과 들, 바다에도, 마당에도 길가에도 흔하게 자라는 풀때기들 이름도 없이 잡스러운 풀이라 해서 '잡초'라 불리지만, 알고 보면 보릿고개 시절엔 허기를 채워준 고마운 식재료였고 맛도 영양도 부족함이 없는 귀한 약초였다

너무 흔해서, 보잘 것 없어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잡초들이 짓밟혀도 다시 살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맛으로, 영양으로 밥상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쓸모없는 풀이란 없고,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다

연천의 흔한 들풀 '물쑥', 다시 이름을 얻다 -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임진강이 흐르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강가를 푸르게 뒤덮고 있는 들풀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향긋한 쑥 향이 물씬 풍긴다. 얼핏 보면 흔한 잡초처럼 보이지만, 연천 사람들에겐 오랫동안 먹거리로 이용 되어온 '물쑥'이다. 이름 그대로 물가에서 자라는 '물쑥'은 키가 크고 잎이 가늘고 길어 일반 쑥과는 생김새도 다르다. 쑥보다 향도 진하고, 잎과 줄기는 물론 뿌리까지 버리는 거 없이 다 먹을 수 있다는 물쑥은 동의보감에 '누호'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약재이기도 하다.

강가에 흔하게 자라던 물쑥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물쑥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이상경 씨(54세). 풀을 재배한다고 하니 이상하게 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봄이면 물쑥을 뜯으러 강가를 누비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10년째 '물쑥 농부'로 살고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이름 모를 잡초지만, 연천 사람들에겐 귀한 식재료인 물쑥. 잎으로는 떡을 해 먹고, 줄기는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다. 말린 물쑥을 넣고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면 냄새도 없고, 고기가 더 부드러워진단다. 물쑥전에 물쑥나물무침과 물쑥줄기볶음까지, 다시 연천 밥상에 돌아온 추억의 물쑥 밥상을 만난다

이제는 내가 주인공 '뜸부기와 독옷' -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바다에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바다풀들이 있다. 진도항에서 뱃길로 40분, 150여 개의 섬이 모여있는 모양새가 마치 새의 모양을 닮아 이름이 붙은 섬, 조도의 동구리마을. 길가를 까맣게 덮고 있는 톳이 한창 제철을 맞았다. 하지만 톳보다 더 대접받는 주인공은 바로 뜸부기!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해조류인 뜸부기는 조도가 아니면 보기 힘들어진 데다 성인병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알려지면서 조도 사람들의 '복덩이'가 됐다.

돌과 바위를 이끼처럼 덮고 있어 옷을 입은 것 같다 하여 이름이 붙은 '독옷(바위옷)'은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섬사람들의 귀한 끼니가 되어주던 바다풀이다. 여기에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국파래'까지, 늘 먹을거리를 내어주는 바위는 섬사람들의 고마운 바다 텃밭이었다.

육지로 나가 살면서도 늘 고향 섬을 떠올리게 해주던 뜸부기는 잔치 때 빠지지 않던 식재료. 닭과 함께 푹 삶은 뜸부기국을 끓이고, 닭육수에 삶은 뜸부기를 무쳐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말린 독옷은 넉넉하게 물을 부어 오래도록 끓이면 바다향 가득한 묵이 된다. 탱글탱글 씹을수록 은은한 바다향이 퍼지는 독옷묵에, 시원한 국파래냉국 한 그릇은 고단한 섬살이를 위로해 주던 고마운 음식이었고, 고향을 기억하게 해주던 그리운 맛이다.

쓸모없는 풀은 없다 -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경북 영주시 문수면의 한 작은 폐교. 귀농 귀촌을 준비하며 함께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꿈꾸며 도시를 떠나왔지만, 정작 농사도 시골살이도 익숙하지 않아 실수도 잦고, 모르는 게 많았단다. 그래서 스스로 '바보 농부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땅도 사람도 살리는 지속 가능한 농사를 실천하기 위해 계속 공부 중이라는 바보 농부들은 농사짓는 작물들만큼 잡초에도 관심이 많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다 보니, 늘 잡초와 싸우는 게 일이었고, 아무리 뽑아도 사라지지 않는 풀들과 싸우다 우연히 이 풀을 먹을 수 있고, 몸에 좋은 약성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뿐 아니라 땅이 건강하기 위해서도 풀은 꼭 필요한 존재. 쇠별꽃처럼 건강한 땅에 등장하는 반가운 풀을 보면서 풀과 함께 살기로 했다는 바보 농부들은 풀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다양한 조리법도 연구 중이란다.

순식간에 밭을 장악해 버리는 데다 까끌까끌한 가시까지 있어 농부들에게 골칫덩어리로 손꼽히는 '환삼덩굴'은 한방에서 율초라는 이름의 약재로 쓰이는 약초.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페스토를 만들어도 맛있다. 특히, 시금치 대신 김밥과 잡채에 넣으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여기에 돌콩의 어린순을 콩가루에 묻혀 찐 돌콩찜에 도깨비바늘을 넣어 만든 발효빵까지. 성가시다고 외면받던 풀들의 맛있는 변신! 짓밟혀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잡초들을 보며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위로받고, 몸과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세상에 쓸모없는 풀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바보 농부들의 잡초 밥상에서 흔한 게 귀한 것임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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