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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이슈 G7 정상회담

"패자들의 모임?" 지지율 급락한 G7정상, 멜로니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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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패자들(losers)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모였다." (악시오스)
"6명의 레임덕(lame duck)과 조르자 멜로니."(폴리티코)
"전례 없이 인기없는 G7 정상회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더 텔레그래프)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개막한 G7 정상회의를 보도한 주요 외신들의 기사 제목이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G7 정상들을 패자라고 칭한 데는 이유가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도자들은 모두 '레임덕'에 처하며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상태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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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제외한 G7지도자, 처참한 지지율로 수세 몰려
악시오스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올해 G7 정상 가운데 특이한 인물로 분류된다. 이는 그녀의 정치이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극우 성향 때문이 아니라,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어서다.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이탈리아 선거에서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은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며 약진했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 최대 승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연합(EU) 내 킹메이커로 떠오른 상태다.

반면 나머지 G7 지도자들의 지지율은 처참하다. 모닝컨설턴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37%,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지지율은 30%로 집계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세력에 밀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지지율은 25%에 그친다. 조기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각각 25%, 21%에 불과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로 이들 중 가장 낮았다.

폴리티코는 "이번주 G7 정상회의는 서방세력의 과시라기보다는 최후의 만찬으로 보인다"면서 "참석자 대부분은 정치나 국내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상태"라고 전했다. 더타임즈 역시 이번 회의를 "유권자들로부터 처벌받고 지지율이 급락한 G7지도자들 레임덕 정상회의"라고 정의했다.

멜로니 총리를 제외한 G7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 6~9일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로 수세에 몰린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하자 결국 정치적 생명을 걸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꺼내들었고, 숄츠 총리 역시 극우 정당에 밀려 3위로 내려앉는 굴욕을 겪었다. 영국의 수낵 총리는 오는 7월4일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넘겨주며 총리직에서 내려올 것이 유력시된다.

유럽 지도자들뿐만이 아니다.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최근 공개적으로 '미친'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로 퇴진 위기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최근 연이은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정권 운영에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오는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리더십마저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은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 총기 소유 혐의 등 3건의 중범죄와 관련해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미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까지 유죄평결을 받으면서 향후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토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멜로니 총리를 제외한 G7 지도자들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트뤼도 총리는 다음 선거에서 승리가 어려울 것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숄츠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도 약해졌다. 수낙 총리는 '걷는 데드맨'이고 기시다 총리 역시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멜로니 총리가 동료 정상들에게 인기 있는 지도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일간 가디언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멜로니 총리가 연분홍빛 바지 정장을 입고 죽은 사람들의 행렬(어두운 정장을 입은 나머지 지도자들)을 위로하고 있었다"고 첫날 공개된 단체 사진을 주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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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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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결속 약화될까...회의 첫날엔 우크라 지원 한목소리
G7 지도자들의 취약해진 입지는 향후 전 세계가 처한 난관들에 공동 대응해야할 G7의 리더십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전역에 요동치는 정치적 동요를 대변하는 불길한 징조"라면서 향후 서방의 분열을 가져와 G7 결속까지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다음달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중국 견제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등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내 확산하는 극우 세력의 부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해 기존 정책들을 뒤집을 가능성 역시 이러한 우려를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이 가운데 정상회의 2일차인 14일에는 G7 지도자들이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과 러시아 지원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외교관들을 인용해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과잉생산에 만장일치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 매체는 G7 정상회의 후 발표되는 공동성명 초안에 '중국의 정책이 다양한 부문에서 글로벌 파급 효과, 시장 왜곡, 유해한 과잉생산을 야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길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달리, 유럽 내에서는 중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잇따르고 있어 향후 구체적인 제재가 어떻게 뒤따를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G7 지도자들의 의견 일치가 확인된 부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다. 회의 첫날 G7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두고 논의했고,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약 68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같은 날 오후에 진행된 우크라이나 특별 세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10년 안보 협정을 체결하며 "이번 협정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되는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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