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변경 업무 ‘보이콧’ 선언
“의사 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 규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공공의료 확충과 비상경영 철회, 전면휴진 철회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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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수술 연기와 예약 취소는 환자들에게도 고통이지만,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다.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진료 변경 업무에 협조할 수 없다. 우리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들의 욕받이가 아니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이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간호사 등 의료계 직역과 의사들 간 반목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4일 성명을 내고 “넉 달째 진료를 거부하는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대신,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팽개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들은 오는 18일 전국 병·의원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 ‘빅5 병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전면 휴진을 결정했다. 오는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이 휴진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필수의료를 살리자면서 당장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을 팽개친 채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대화를 거부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며 “집단 휴진으로 환자와 국민을 등질 때가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생명을 위해 진료 정상화에 협력하고 의료개혁 대화에 나서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 결정으로 진료·수술 연기 및 예약 취소 문의와 환자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집단 휴진에 반대하는 병원 노동자들은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진료 변경 업무에 협조할 수 없다”며 “진료 변경 업무를 거부하는 병원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다면 노조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의사들의 모습은 파업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기득권을 이용해 민중을 탄압하고 생명권을 위협하는 자본·권력과 닮아있다”며 집단 휴진 철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지금도 암 환자들의 수술과 진단, 치료가 미뤄지고 있는데 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0일 병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의사들의 휴진 결의를 비판하며 직원들에게 “교수들의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고 전했다. 대자보에는 “의사 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를 규탄한다.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진료 변경사항을 안내하라고 통보했다. 노조에 따르면 하루 휴진을 위해선 검사와 시술, 수술 등 약 2만1000건의 예약을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집단 휴진에 따른 엄중 대처를 예고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진료나 수술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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