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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쿠팡과 공정위의 '혈투'…소비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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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공정위가 쿠팡에 1400억 과징금
공정위, 로직 조작해 쿠팡PB 순위 상단에 조정
쿠팡, 강력 반발…'25조 투자 무산' 가능성 언급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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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사상 최대 과징금

이번 주 유통업계엔 빅 이슈가 있었죠. 지난 13일의 일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유통업계 사상 최대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쿠팡이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공정위가 지적한 쿠팡의 잘못은 '순위·리뷰 조작'입니다. 쿠팡이 PB제품과 로켓배송(직매입) 제품이 검색 결과 상단에 올라오도록 임직원을 이용해 리뷰를 달게 하거나 순위를 높였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쿠팡 PB를 '잘 팔리는 제품'으로 오인해 더 많이 구입하게 됐다는 거죠.

쿠팡은 반발했습니다. 임직원 리뷰가 있었던 건 맞지만 높은 별점을 주도록 강제한 게 아니었고, 로켓배송 제품을 상단에 보여주는 것 역시 소비자들이 쿠팡을 찾는 이유가 로켓배송인 만큼 니즈에 맞춰 제품을 배열했다는 요지입니다.

쿠팡은 "공정위가 자유로운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로켓배송 등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3조원 물류 투자와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까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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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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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역시 쿠팡의 협박(?)에 물러서지 않았죠. 공정위는 "로켓배송이나 일반적인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게 아니다"라며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라는 위계행위를 금지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위계행위를 중지하더라도 검색광고, 배너광고, 필터링 기능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했죠. 양쪽 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쿠팡이 실제로 로직을 조작했는지, 임직원들에게 '별 다섯개' 리뷰를 강제했는지 등의 '팩트'는 사실 지금 시점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쿠팡은 '아니'라는 입장이고 공정위는 '맞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발언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합니다. 양 측의 주장은 앞서 ([인사이드 스토리]쿠팡과 공정위의 '100분 토론' 결말은?)에서 한 차례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간유통]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품 검색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이 사건의 핵심은 '쿠팡랭킹'입니다. 쿠팡랭킹 외 판매량·가격 등의 정렬 로직엔 문제가 없습니다. 기본 검색 세팅인 쿠팡랭킹으로 검색했을 때 로켓배송 제품이 최상단을 지키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됐죠.

공정위는 이를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으로 본 겁니다. 결국 양 쪽의 주장은 '공정'에 대한 겁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사들에 공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쿠팡은 '우리 앱에서 우리 꺼 먼저 보여주는 게 왜 나쁘냐'는 겁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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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생수를 검색한 화면/사진=쿠팡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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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골든존을 둘러싼 논쟁도 같은 논리입니다. 골든존이라는 것 자체가 '매출이 잘 나오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이곳을 PB상품으로 채우면 당연히 PB 매출이 늘어납니다. 이건 다른 기업 제품에 대한 차별일까요? 아니면 PB를 찾기 위해 이 매장에 오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일까요.

여기부터는 '판단'의 영역이 됩니다. 소비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쿠팡이 나쁜 기업인지, 공정위가 괜한 시비를 거는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쿠팡이 실제 매출이나 별점에 관계없이 '로켓배송' 제품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건 심각한 법 위반일까요, 아니면 쿠팡을 찾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로켓배송을 원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보여준 '맞춤형 로직'일까요.

로켓배송 제품이 최상단에서 사라지면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권이 넓어져 환호할까요, 한 번 더 검색을 해서 귀찮아할까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쿠팡이 기본 검색값을 로켓배송과 PB상품만 보여줄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밝히면 모두가 만족할까요. 오픈마켓 입점업체를 죽이는 짓이라며 또 한 번 철퇴를 맞을까요. 고민해 볼 주제입니다.

별점의 시대

또 하나의 이슈인 '임직원 별점' 얘기도 해볼까요. 개인적으로는 공정위와 쿠팡 양 쪽의 의견이 모두 마땅치 않습니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 해명 혹은 지적을 하는 느낌입니다. 왜냐구요. 공정위는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자사 상품에 별점을 다는 행위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데요. 공정위는 '별점 5개 강요'가 있었다는 입장이고 쿠팡은 '자율적'이었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쿠팡 내부자료를 근거로 들면서도 입장이 다릅니다.

별점을 높게 주는 행위 자체는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리뷰 조작'은 식품·유통업계에서 거의 모든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제품이나 업계 순위가 낮은 제품들의 경우 이같은 '자체 리뷰'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지도가 낮아 노출 자체가 되지 않으므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리뷰도 달리지 않아서입니다. 정확히 쿠팡이 말하는 '임직원 리뷰'를 운영한 이유입니다. 공정위가 정말 이 행위를 문제삼겠다고 생각한다면 조사 범위를 대폭 확장해야 합니다.

쿠팡이 말하는 "임직원이 쓴 건 맞지만 자유로운 리뷰"라는 해명도 군색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 제품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뷰를 쓰는데 '100%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직원이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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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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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임직원이 단 낮은 별점도 A를 주는 등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 말은 직원들이 단 리뷰를 모두 회사가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회사 제품에 '별점 1개'를 줄 수 있는 용감한 직원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임직원 리뷰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역시 판단은 소비자에게 물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높은 별점과 판매량에 유혹당해 '탐사수'를 사서 불만이 있다면 1점 리뷰를 쓰겠죠. 1점 리뷰가 늘면 상단에서 안 사라지고는 못 배길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형편없는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쿠팡을 떠나 네이버쇼핑이나 알리로 떠나겠죠.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니까요.

판매업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쿠팡이 자꾸 불공정한 판매를 일삼는다면 업체들은 네이버쇼핑이나 알리로 떠날 겁니다. 이 바닥 경쟁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쿠팡과 공정위가 화해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쿠팡은 이미 "투자 철회" 카드를 던졌고, 공정위도 그에 대고 "여론 오도"라고 맞불을 놨습니다. 과징금 1400억원의 향방은 법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양 측 모두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기울여 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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