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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日 매체 “니가타현 문서에 ‘조선인 사도 강제노역’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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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佐渡) 광산’과 관련해 유네스코가 ‘강제노역도 설명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린 상황에서 일본 아사히신문이 15일 지자체 당국이 36년 전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이날 게재한 ‘사도 광산 PR 사실은 어디까지’라는 기자 칼럼에서 “36년 전 니가타현이 낸 ‘니가타현사(史)’는 ‘일찍이 조선인이 강제 연행돼 사도에서도 일했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니가타현이 1988년 펴낸 ‘니가타현사 통사편8 근대3’에는 “쇼와(昭和) 14년(1939년)에 시작된 노무 동원 계획은 명칭이 ‘모집’, ‘관(官) 알선’, ‘징용’으로 바뀌었지만, 조선인을 강제적으로 연행했다는 사실에서는 같다”라는 기술이 있다.

세계일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광산의 내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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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현사에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은 앞서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소개됐다. 마이니치신문은 2022년 2월 니가타현사에 등장하는 조선인 강제 연행 기술을 언급하면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편찬한 것이라고 해도,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일본 정부로서는 불편한 공적 역사책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사도 광산을 유산으로 등재하는 시기를 에도시기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하고 근대구역은 제외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등 광산의 전체 역사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 6일 공개된 심사 결과에서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가 요청한 여러 사항 중 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을 제외하라는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으나, 이코모스가 권고하고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전체 역사 반영’에 관해서는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부 일본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할 때부터 강제노역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지난 12일 니가타현 지사 등에게 니가타현립 문서관에 있는 ‘반도 노무자 명부’ 공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단체는 “전체 역사 설명과 전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반도 노무자 명부”라면서 1983년 니가타현 지역 역사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명부 마이크로필름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사도시 전시시설에 사용된 일부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칼럼에서 사도시 전시시설 등에 게시된 일부 표현이 “역사 전문가도 들어본 적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7세기 세계 최대 금 생산지’, ‘사도의 금은 세계에서 유통’, ‘네덜란드인은 사도 금화를 대량으로 입수’ 등이다.

일본사 연구자인 스즈키 야스코 하나조노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국외로 나간 금에 사도 생산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네덜란드인이 사도 금화를 대량으로 입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본사 연구자인 오카 미호코 도쿄대 교수는 “17세기에 매우 많은 금을 생산했다고 알려진 중국과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에서 채굴된 정확한 금 생산량을 모른다”며 “세계 생산량이 확실하지 않은데 사도가 세계 최대라고 말할 근거는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역사학자 니시와키 야스시씨는 “근거를 담보하지 않은 채 세계에 어울리는 유산이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달 하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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