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푸틴의 평화 제안에 美 “러시아군이 철수하면 될 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스틴 美 국방장관, 브뤼셀에서 기자회견

“우크라는 피해자… 열쇠는 러시아에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이행하면 휴전 및 평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선 “가까운 장래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일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오는 7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개최될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였다.

오스틴 장관은 취재진으로부터 ‘푸틴의 평화 제안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날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와 비군사화를 약속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한다면 지금 당장 휴전을 한 뒤 평화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히틀러와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오스틴 장관은 “푸틴은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 국토를 불법으로 강탈했다”며 “따라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어느 나라 지도자가 무력으로 기존 국경선을 지우고 이웃나라 땅을 빼앗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자체가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푸틴은 오늘이라도 당장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부당하고 이유 없는 침략으로 장병 수십만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꼬집었다. 푸틴을 향해 오스틴 장관은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고 군인들을 우크라이나 땅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오래 전부터 나토 가입을 강력히 희망해왔다. 하지만 나토는 ‘전쟁 중인 국가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지금 나토에 가입한다면 기존 회원국 32개국이 저마다 군대를 우크라이나로 보내 러시아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오스틴 장관은 나토 확대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나토 32개 동맹국이 어느 시점에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가까운 장래의 어느 시점에 나토가 확대될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대한 빨리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어하는 우크라이나의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