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모습이다. 3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 2015년 3월 말(0.5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권이 이렇지 전체 금융권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1112조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51% 증가했다. 게다가 그중 석달 이상 연체한 대출액은 31조원으로 1년 새 53% 급증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장기화한 고금리ㆍ고물가와 내수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그동안 네 차례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버텨왔지만, 지난해 9월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매출 감소와 인건비ㆍ원자재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폐업 점포수/전체 점포수)은 9.5%로 2022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가 5922개로 4년 만에 최대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도 올해 들어 4월까지 4만28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럼에도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말 금융위원회가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어 "정책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겠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로 발표되자 기획재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라고 반겼다. 이와 달리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금리 기조로 소비 여력이 약화돼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도소매업, 음식점ㆍ숙박업 등 자영업자들이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때 금융 지원을 받아 시간을 벌었던 자영업자들이 부채를 상환해야 할 시기에 업황 침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700만 자영업자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고용의 주체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아지자 지난 5월 고용통계에서 자영업 종사자에 해당하는 비임금 근로자가 12만8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은 지역경제의 실핏줄이자 안전망 기능을 한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을 감안해 협상이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한편 업종별 차등 적용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
은행 대출 연체율 급등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이라는 위기 신호다. 이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 큰 사회적 혼란과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인 대출 만기 연장이나 운영자금 지원 등으로 자영업자의 연명을 돕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자칫 부실 위험이 큰 자영업자의 퇴출을 막아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은행 대출 연체율 급등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이라는 위기 신호다.[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인 자영업 대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별적인 채무 재조정과 함께 포화 상태인 자영업 구조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 적극적인 폐업 지원 등 퇴로와 더불어 자영업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직업 재교육과 구직 연계 등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적극 모색하고 실행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기대보다 우려를 더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독식도, 여당인 국민의힘의 보이콧도 자제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 제자리로 돌아와 경제 회생 및 자영업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선거용 구호로만 '민생'을 외쳐선 안 된다. 지금 국민이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