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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보좌진보다 낮은 美의원 급여… “나 좀 스카우트해가라”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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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15년째 17만 달러 고정

물가 폭등 속 구매력 감소… 보좌진·판사 등 보다도 낮아

의원 다수가 인상 공감하지만 “유권자 분노 두려워해”

한국은 세비 최고 수준, ‘셀프 인상’도 가능한 구조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미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의장 선출을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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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회의원들이 15년 넘게 17만4000달러(약 2억4100만원)에 고정돼 있는 급여를 인상하기 원하면서도, 유권자들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사법부와 의회 직원들은 연방 정부가 적용을 의무화한 ‘생활비 조정 제도(COLA)’에 따라 매년 급여가 인상되지만, 반면 국회의원 월급은 자동 인상되지 않아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의회 내 당파주의, 무한 정쟁(政爭)에 실망한 의원들이 민간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13일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부자들만이 의회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자존심을 갖게 해야 한다”며 세비 인상을 주장했다. 호이어는 “15년 전 의회 인근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 렌트 가격이 1100달러였는데 이제는 두 배에 가까운 2300달러나 된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공화당의 앤드루 클라이드 의원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논의만 있었을 뿐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WP는 “모든 의원들이 세비 인상에 공감하지만 의회가 인기가 없는데 급여까지 올리면 유권자 분노를 살까 두려워한다”고 했다.

의회 기능 개선을 연구해온 비영리 단체 ‘이슈 원’의 보고서를 보면 최소 생계비 등을 고려한 수도 워싱턴 DC에서 살아가기에 적정한 ‘생활 임금’은 2020년 약 4만2000달러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상·하원 보좌진의 13%가 이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았다.

이후 의원들이 “의회가 부유층 자녀들만 일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며 직원들의 급여 인상에 적극 나섰다. 고참급 보좌관들은 지난해 228명이 20만달러 이상, 555명이 18~20만달러를 받아갔다. 보좌관 10명 중 1명은 의원보다 더 많이 벌어간 셈이다. 윌리엄 티몬스 의원은 로비 회사로부터 월급 2배 인상 제안을 받고 이직한 자신의 보좌관 사례를 언급하며 “나는 ‘나를 데려가라’고 말했다”고 자조했다.

1989년 생활비 조정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의원과 판사 월급 모두 물가에 연동돼 자동으로 인상됐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실업률이 10%가 넘어가자, 2009년 의원들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자동 인상을 거부했었다. 이 때문에 의원 급여는 15년 넘게 17만4000달러에 고정돼 있는 반면, 대법원 판사는 30만달러나 된다. 지방법원 판사도 의원보다 7만달러쯤 더 받는다. WP는 “거의 모든 의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이를 실현할 용기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의원들이 민간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 출신이자 공화당의 신성으로 주목받던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의원은 지난 4월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 퇴임 3주 만에 한 벤처캐피털 회사에 취직했다. 지난해 물러난 데이비드 시실린 전 의원 역시 연봉을 기존의 세 배 넘게 받기로 하고 비영리 단체로 옮겼다.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감독위원회에는 하원의원 출신이 두 명 있다. 이들 연봉은 28만달러로, 하원의원으로 근무할 때보다 10만달러가량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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