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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우크라 평화회의, 중·러 불참한 가운데 스위스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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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위스 휴양지 뷔르겐슈토크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각) 개막한 국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오뷔르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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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 평화회의가 15일(현지시각) 스위스 휴양지 뷔르겐슈토크 지역에서 세계 90여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전세계적인 러시아 압박을 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하고 중국은 회의 참석을 거부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중동과 아시아, 태평양과 북미의 대표들이 모였다”며 “오늘은 세계에 정의로운 평화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날”이라고 평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첫 평화 정상회의에서 어떻게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결정해야 두번째 회의에서 진정한 전쟁 종식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 안전과 식량 안보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촉발한 주요 문제들이 집중 논의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평화회의 선언문 초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이 막대한 고통과 파괴를 부르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며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고위급 대화를 확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존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초안에는 애초 러시아를 겨냥해 “침략”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었으나, 막판에 빠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선언문 초안은 원자력에 대한 안전 보장과 핵무기 사용 위협 반대, 안정적인 곡물 공급망 확보, 전쟁 포로 교환 등 3가지를 공통의 핵심 관심사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참석했고 중국은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이 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러시아는 이번 회의가 시간 낭비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회의 참석 국가들 가운데서도 평화 논의의 진척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터키) 외교장관은 “분쟁의 다른 당사자인 러시아가 이 방에 있었다면 이번 회의가 더 성과 지향적인 것이 될 수 있었으리라는 걸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신뢰할 만한 대화에는 “어려운 타협”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가 서방 중심적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회의가 “서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기를 원하는 것에 합의하는, 서방의 ‘반향실’과 같다”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위해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필리핀까지 순방하는 등 필사적인 외교 노력을 펼쳤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은 “일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전제 조건 없이 러시아와 대화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의 개막 전날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야망을 포기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4개 주를 포기한다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이를 거부했으나, 푸틴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상황이 자국에 유리해졌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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