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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과학'은 없고 '방송'만...파행 자초하는 과방위, 이번엔 방통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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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 정족수' 방통위법 놓고 '티격태격'
"비생산적 '방송' 이슈에 과학 기술 덮여"
한국일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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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원 초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과학은 사라지고 이념 성향이 강한 방송 관련 이슈로만 논의가 덮히는, 과거의 전철을 또다시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16일에도 방통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쳤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현행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앞서 방통위법 개정안을 제안하며, 이유로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출석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부분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를 근거로 "2인 체제에서 방문진 이사진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 사유"(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민주당 주장을 언급하며 "공연한 트집이며,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걸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 언론개혁TF 단장인 한준호 의원은 "여론 호도"라고 맞섰다. 한 의원은 "전체 맥락이나 취지는 쏙 빼고 '가능'이란 문구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법안의 취지는 최근 법원이 두 차례나 위법성을 지적한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원장을 포함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열 달 넘게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 관련 법안을 둔 양당의 대치는 이날만이 아니다. 원(院) 구성 협상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으로 대부분 법안 논의가 멈춰선 상태가 무색해질 정도다. 방통위법은 물론이고 방송3법 또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터라 휘발성이 강한 이슈로 기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비생산적인 논란으로, 정작 중요한 과학 기술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는 과방위에 '과학은 없고 이념 다툼의 소재인 방송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과방위 소관 80개 기관 중 방송 관련 기관은 7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과방위는 방송사 지배구조 개편 등 여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파행을 거듭하곤 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및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약 두 달간 공전하면서 우주항공청 신설을 위한 공청회도 파행됐다.

또 다른 과방위 관계자는 "야당이 안건조정위를 만들어 안건을 주도해 처리하고자 하면, 여당은 아예 국무위원 출석을 못 하게 막는다"며 "방송법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안팎으로 과방위에서 '방송·통신' 기능을 떼어내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성사되지는 않고 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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