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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단독] ‘순위 조작’ 쿠팡, 미국에 “공정위가 국제 관행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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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주차된 쿠팡 배송 트럭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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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세계 모든 온라인쇼핑몰이 따르는 관행(practice)’을 법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고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6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누리집을 보면, 쿠팡은 지난 14일 “공정위가 쿠팡의 검색 순위(search ordering)가 기만적이고 (이런 행위가) 한국법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검색 순위’에 대해서 “한국과 전 세계 모든 온라인쇼핑몰(all e-retailers)이 따르는 관행”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 공정위가 모든 쇼핑몰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위법 딱지를 붙였다는 취지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브랜드(PB) 상품 등 자기 상품을 쇼핑몰 검색 상단에 배치한 행위가 기만적인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며 유통업계 기준으로는 최고액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쿠팡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쿠팡은 공정위 조처에 대해 불복 방침을 밝히며 행정 소송을 예고했다. 쿠팡은 미국 공시에서도 “법정에서 공정위 조처를 놓고 치열하게(vigorously)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의 미국 공시 내용은 공정위의 조사 과정과 전원회의 논쟁 과정에서 쿠팡이 줄곧 편 논리 중 하나다. 공정위가 알고리즘 조작 등으로 지목한 행위는 한국은 물론 세계 온라인 쇼핑몰에선 ‘관행’이라는 주장을 쿠팡이 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겨레

공정위 제재 사실을 담은 쿠팡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쿠팡은 공정위가 검색 순위(search ordering)를 위법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검색 순위에 대해 ‘한국과 전 세계 모든 온라인쇼핑몰이 따르는 관행’(a practice in line with all e-retailers in Korea and globally)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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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쿠팡이 제재 받은 객관적 사실을 서술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을 (공시에) 덧붙인 것 같다”며 “공정위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문제 삼았다는 식으로 (쿠팡이) 공시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가 중개자이면서 동시에 판매자인 쿠팡의 이중적 지위에 내재된 불법 행위 가능성을 사실로 확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중 쿠팡처럼 이중적 지위를 갖는 곳은 거의 없다. 쿠팡은 이런 점은 쏙 뺀 채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쿠팡의 이번 공시를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 소송은 지난 2022년 첫 제기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미 뉴욕남부연방법원이 유사한 건을 묶어 진행 중이다. 대표 원고는 쿠팡 주주인 뉴욕시 공무원연금이다. 원고 쪽은 소송 제기 이유 중 하나로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 혐의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언급한 바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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