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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전세계 김 70%가 한국산…'김값=금값'에 국내 밥상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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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 '검은 종이' 등으로 불리는 해초류 김(海苔·해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냉동김밥도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김 인기가 치솟으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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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충남 홍성군 광천읍 김특화농공단지 내 ㈜솔뫼F&C 공장에서 직원들이 지역 최고 특산품인 조미김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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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2시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광천김특화농공단지. 한 업체가 운영하는 공장에 들어서자 하얀 가운과 모자·마스크·장화를 착용한 직원들이 포장한 김을 상자에 부지런히 담았다. 생산라인까지 들어가기 위해 취재진 역시 복장을 챙겨 입고 온몸을 소독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포장한 김을 담는 종이상자에는 베트남과 태국어 등 외국어가 적혀 있었다. 현지 매장에서 곧바로 팔릴 수 있도록 생산했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만 이달 안에 태국으로 컨테이너 2개 물량의 조미김을 수출할 예정이다.

광천김특화농공단지협의회 최규복 회장은 “최근 조미김과 함께 원초(原草·마른김)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동남아 국가에서 재가공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김은 품질이 좋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류 문화 타고 김 수출 1조원 넘어



김 수출액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해양수산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조미김과 마른김 등 수출액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7억9000만 달러(약 1조332억원)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이다. 김 수출은 2010년 1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2016년 3억5000만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6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 7억9000만 달러가 됐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2027년에는 김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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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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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김특화농공단지 ㈜솔뫼F&C 공장에서 최규복 대표가 지역 최고의 특산품인 조미김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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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은 120개 국가에 수출됐다. 미국이 1억69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 1억400만 달러, 중국 9700만 달러, 태국 6600만 달러, 러시아 5700만 달러 등이다. 전국 시·도 가운데 전남이 가장 많은 김 수출액(2억5000만 달러·31.5%)을 차지했고 충남이 1억80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이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냉동김밥도 해외에서 인기다. 경남 하동에 있는 김밥 제조업체 '복을 만드는 사람들(주)은 냉동김밥을 2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드라마·영화·K-팝·K-푸드 등 한류 문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BTS 등 K-POP 인기가 뜨거워진 2016년 이후 김 수출액이 급격히 늘었다”며 "K-팝과 함께 김치 등 K-푸드가 부상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여파로 간편 식품 수요가 증가한 것도 김 수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한다. 김은 무게 가벼워 이동이 편리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포장 김은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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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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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인기를 누리자 충남과 전남을 비롯한 자치단체는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시장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4 태국 국제식품박람회(THAIFEX)’에서 충남지역 김 생산업체 ㈜갓바위와 ㈜대천김이 각각 500만 달러의 수출 협약을 체결했다. 충남은 7월 2~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SIAL)에도 4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김 가공업체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할 때 정부가 항공료 일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중소·영세업체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국내 김 가격도 상승…전년 대비 17.8%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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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하지만 김 수출 증가에 따라 국내 김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도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김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올랐다. 김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만 해도 1.2%에 그쳤지만 2월 들어 3.1%로 오른 데 이어 3월 6.6%, 4월 10.0%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가공식품인 맛김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맛김 값은 8.1% 인상돼 2022년 11월(8.4%)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해수부, 김 양식장 추가 개발 등 중장기 대책

수출 확대와 내수 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자 해양수산부는 김 양식장 추가 개발 등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오는 7월부터 축구장 2800개 넓이에 해당하는 양식장 2000㏊(1㏊는 1만㎡)를 전남과 충남 등에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김 생산량이 3%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수온에 견딜 수 있고 질병에 강한 우수 종자와 새로운 양식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해수 온도 올라 생산기간 줄어…어민 우려



김 업계는 기후변화로 김 생산이 갈수록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김 생산 기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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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충남 태안군의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채취하고 있다. [사진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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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3~5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평균 14.1도였다. 최근 10년 평균 온도(13.0도)를 1.1도나 웃도는 수치로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서해의 온도는 평균 해수면 온도는 10.8도로 10년 평균(9.2도)보다 1.6도나 높았다. 김 양식에 적합한 해수 온도는 섭씨 10~20도다. 그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육에 문제가 생긴다. 김이 누렇고 하얗게 변하는 ‘황백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김은 주로 겨울철에 생산한다.

실제 김 생산량도 줄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전국 김 생산량(물김 기준)은 2022년 55만232t에서 올해 50만8782t으로 4만t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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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최규복 회장은 “올해 전북은 김 생산량이 40% 넘게 줄었는데 해수 온도가 상승한 것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양식장을 추가로 설치하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등 정부와 자치단체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황희규·안대훈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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