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슈 미술의 세계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세한도’ ‘용비어천가’ 기부하고 떠난 손창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친과 합쳐 300여점 기증
2020년 금관문화훈장 수훈
“알리지 말라” 유언에 가족장


매일경제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손창근. 국가유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보 ‘세한도(歲寒圖)’ 등 세기의 문화유산을 기증한 문화유산 수집가 손창근 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5세.

고인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지난 11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가족장으로 모셨다”고 17일 전했다. 고인의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렀다고 한다.

손 씨는 1929년 개성에서 태어나 1953년 서울대 섬유공학과 졸업 후 1960년대 스위스 상사에서 일한 뒤 부친과 사업을 이어갔다.

고인은 국내 내로라하는 문화유산 수집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회화, 전적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 포함돼 큰 관심을 끌었다. 개성에서 인삼재배와 무역을 하다 월남한 부친 손세기 씨는 칠순을 앞둔 1973년, 당시 박물관이 없던 서강대에 보물 ‘양사언 초서’를 비롯해 정선·심사정·김홍도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손창근은 대를 이른 ‘기부왕’이었다. 그는 2008년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원을 쾌척했으며, 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662ha(약 200만평)를 산림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50년 동안 잣나무, 낙엽송 200만 그루를 심어 가꿔오던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땅이었다. 2017년에는 연고가 없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1억원을 전했다.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기꺼이 기부한 때는 2018년 11월이다. 그는 1447년 편찬한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총 304점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당시 기증품에서 제외된 채 마지막까지 품에 뒀던 작품이 바로 ‘세한도’다. 1844년 59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한국미술사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는 2020년 1월 마침내 ‘세한도’도 내놓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이뤄진 이래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