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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팀 알퍼의 영국통신] 달려라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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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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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방문한다면 엄청난 인파가 자전거를 타고 아침 8시에 도심으로 몰려들었다 오후 6시경이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광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인구 중 거의 100만명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영국 직장인의 51%가 가능하면 자전거 출퇴근을 희망하고 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자전거는 영국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적어도 6%의 중·고등학생이 자전거로 등교하며 영국인 중 절반이 본인 소유나 함께 타는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 없이는 영국인들의 통근이나 통학 옵션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영국의 대중교통 요금과 휘발유 가격이 대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자전거는 직장인들에게 좋은 투자가 되고 있다. 특히나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에게는 자전거 출퇴근은 좋은 운동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영국 경제에 대한 자전거의 기여도는 이동수단으로서 가치를 뛰어넘는다. 현대 자전거가 영국에서 발명됐듯이 영국은 자전거의 고향과도 같다.

최초의 자전거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초안이 영국 기술자들에 의해 '페니파딩'이란 이름으로 탄생됐는데 엄청나게 큰 앞바퀴와 아주 작은 뒷바퀴가 달린 자전거의 이름은 페니와 파딩, 두 동전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페니파딩은 큰 앞바퀴 덕에 빠른 속도를 자랑했지만 운전자들이 커다란 앞바퀴 위에 앉아야 했기 때문에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1880년대 영국 발명가들은 '안전 자전거'라고 불리는 새 모델을 개발했는데, 이 형태가 바로 우리가 현재 타고 다니는 자전거다. 당시 영국 중부 코번트리는 세계 1위의 자전거 생산지가 되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전거를 주문하면서 엄청난 돈이 영국으로 몰려들었다. 산업혁명 후반기였던 이 시기에는 사이클링 클럽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영국 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자 영국 전역에 자전거 전문점들이 생겼났고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는 바이커들을 위해 카페에는 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이 생겨났다.

주말에 영국의 좁은 시골길을 차로 이동한다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뒤를 따라가며 추월할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영국은 자전거 운전자에게 무척 호의적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또한 영국인들은 자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글쓰기나 길을 건너는 것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에너지 위기'는 악화되고 있지만 영국인들은 여전히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인들이 경제의 암흑기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헤쳐나갈 수 있도록 잘 훈련되고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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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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