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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그리스 해안경비대, 이주민들 바다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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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3년간 최소 40명 죽음으로 내몰아"

생존자 "동물처럼 때리고 손 묶은 채 던져"

그리스 해안경비대 "국제법 따라 활동" 반박

연합뉴스

그리스 이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지난 3년간 지중해에서 이주민 수십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이주민들을 고의로 바다에 던졌다며 이들을 살인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5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40명 이상이 강제로 그리스 영해 밖으로 쫓겨나거나, 그리스 섬에 도착한 후 다시 바다로 내몰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9명은 해안경비대에 의해 바다에 던져졌다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동료와 가족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생존자들은 사복 차림을 한 그리스 경찰과 해안경비대가 이주민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두 손을 등 뒤에 묶은 채 바다에 던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그리스 사모스 섬에 도착한 카메룬 출신의 한 남성은 당시 해안에 자신들의 배가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복 차림을 한 그리스 경찰들에게 붙잡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카메룬 출신 남성, 코트디부아르 출신 남성과 함께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보트로 이송됐고 한 명씩 바다에 던져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다른 카메룬 출신 남성부터 시작했다. 그를 물에 던졌다"며 "코트디부아르 출신 남성은 그들에게 '살려달라, 죽고 싶지 않다'고 애원했다…그리고 결국 그의 손만 물 위에 떠오르고 몸은 물 아래에 가라앉았다. 천천히 그의 손도 가라앉았고, 바다가 그를 집어삼켰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폭행당한 뒤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던져졌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동물을 때리는 것처럼" 폭행당한 뒤 바다에 던져졌다면서 자신은 해안까지 수영해 살아남았으나 다른 두 명의 시신은 튀르키예 해안에서 수습됐다고 했다.

이 남성의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살인 사건 조사를 개시할 것을 그리스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무 중인 그리스 해안경비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말리아 출신의 한 남성은 2021년 3월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자신의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바다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바다에 떠다니다가 손을 묶은 끈이 풀려 겨우 살아남았으나 그와 함께 온 이주민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목격자들은 BBC에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밸브가 제대로 잠기지 않은 구조정에 이주민들을 타게 한 뒤 바다로 내몰아 목숨을 잃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진술이 사실일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리스 법은 망명을 원하는 모든 이주민이 그리스 지중해 섬 일부에 마련된 특별 등록 센터를 통해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망명을 신청할 권리는 유럽연합(EU) 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BBC의 보도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BBC에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해상에서 발생한 6천161건의 사고에서 난민 혹은 이주민 25만834명을 구조했다"며 국제법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BC와 인터뷰한 전직 그리스 해안경비대 책임자가 인터뷰가 중단된 사이 불법 행위 의혹을 시인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 특수 작전 책임자 출신인 드미트리스 발타코스는 해안경비대가 어린아이를 포함한 이주민들을 배에 태워 바다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보고는 "(이주민들이) 강제로 배에 타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그리스 당국이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가 인터뷰 도중 화장실에 간 사이 그리스어로 누군가에게 "그들(취재진)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며 "왜 환한 대낮에 이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고 국제 범죄"라고 말하는 것이 마이크를 통해 녹음됐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이번 취재가 그리스 현지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튀르키예 해안경비대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최근 공개된 BBC 다큐멘터리 '죽은 듯한 고요: 지중해에서의 살인?(Dead Calm: Killing in the Med?)'에서 다뤄졌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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