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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특파원 리포트] 스마트폰 소멸, 한국은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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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미드저니·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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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쏟아내듯 발표하는 애플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이날 애플은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을 아예 뿌리부터 바꿀 수도 있는 AI 기능을 여럿 공개했다. 시중에선 ‘인텔리폰(인텔리전스와 스마트폰의 합성어)’의 시대가 열렸다는 찬사가 나왔고, 주가는 솟구쳤다. 그런데 어째서 이 빛나는 순간들이 죽음을 앞둔 초신성의 마지막 섬광처럼 느껴졌을까.

이날 애플이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진정으로 새로웠던 것은 단 한 가지. 음성AI ‘시리’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음악 틀어줘’ ‘날씨 알려줘’밖에 안 되던 덜 떨어진 과거의 AI는 잊자. 생성형AI를 탑재한 시리는 ‘저녁에 자동차의 궤적을 살린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줘’와 같은 복잡한 요구를 이해한다. 자동차의 궤적을 살리려면 ‘장노출’로 촬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폰 프로의 카메라는 웬만한 DSLR 뺨칠 정도로 좋지만, 이를 실제로 전문가처럼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앞으론 간편하게 AI에 말만 하면 너도나도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찍어낼 수 있다.

그뿐일까. “사진 앱에서 뉴욕에서 핑크색 옷을 입고 찍었던 사진 좀 찾아줄래” “지금 보고 있는 내용 이메일로 정리해서 팀원에게 공동 발송해줘” 같은 주문도 단번에 실현된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톡’ 치며 분주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날들은 점점 과거가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손보다 입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질문이 나온다. AI는 이미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오감’의 시대로 넘어갔는데, ‘터치 중심’의 사각형 스마트폰이 과연 AI의 성능을 전부 담아낼 그릇이 맞는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AI 통번역 기능을 내세운 세계 첫 ‘AI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불과 반년 만에 AI 스마트폰의 성능은 이렇게까지 진화했다. 테크계에선 이미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귀에 꽂는 AI, 안경으로 쓰는 AI, 셔츠 앞단에 붙이고 다니는 AI처럼 수많은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다수는 실패하겠지만 그중 무엇인가는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 모먼트’를 맞이하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이 당도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등 각종 양손 제어 중심이던 스마트기기가 피처폰 몰락하듯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1984년 휴대전화 첫 상용화 후 피처폰의 몰락까지 24년이 걸렸고, 스마트폰 전성시대는 올해로 17년째다. 다음 격변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이다. IT 기기 제조 대국인 한국은 과연 이런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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