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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역도선수 체중 20㎏ 빠졌다"…올림픽 출전 1명뿐인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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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각국 선수단의 명단이 확정된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투가 8개월 째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올림픽위원회가 현재까지 이번 올림픽에 단 1명의 선수만 출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80명이 넘는 선수단을 꾸리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반(反)유대주의 정서가 퍼지면서 이스라엘 선수단에 대한 테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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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위자가 프랑스어로 "대량 학살자들을 위한 올림픽 반대! 이스라엘 보이콧"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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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식량난에 역도 선수 20㎏ 빠져"



AFP통신·타임스오브이스라엘·NHK방송 등에 따르면 지브릴 라주브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있는 임시 행정수도 라말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 선수단의 파리 올림픽 참가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라주브 위원장은 "현재 태권도의 오마르 이스마일만 출전 자격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파리올림픽은 세계에 '이제 (전쟁은) 그만'이라고 알릴 좋은 기회라서 가자지구 출신 선수를 보내고 싶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약 300명이 넘는 선수와 심판이 사망하고 스포츠 기반시설이 파괴돼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의 영향으로 한 역도 선수는 체중이 20㎏이나 빠지는 등 많은 선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국제사회가 보내는 구호품을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다수가 심각한 기근 상황에 부닥쳐 있다. 유엔 산하 조직들과 협력해 식량 위기를 파악하는 조직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가자지구 주민의 50%인 110만명이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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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릴 라주브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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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가자지구 출신 선수 3명을 비롯해 총 6~8명의 팔레스타인 선수를 파리 올림픽에 초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의 꿈을 꾸던 선수들의 희망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팔레스타인 대표로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장거리 육상선수 마제드 아부 마라힐(61)이 지난 11일 숨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기수를 맡았던 마라힐은 가자지구 중부 난민촌에서 머물다가 신부전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육상연맹은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1996년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을 주목하게 한 주인공이 세상을 떠났다"고 애도했다. 팔레스타인은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올해 파리 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육상·수영·유도·역도 등에 출전했지만, 아직 메달을 획득한 적은 없다.



이, 역대 최고 성적 목표…테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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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축구 팬들이 지난 8일 헝가리 데브레센 경기장에서 열린 헝가리와 이스라엘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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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올림픽에 약 85명의 선수를 파견할 예정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남자 축구가 본선에 진출하면서 올림픽 열기가 더욱 고조됐다. 리듬체조·여자 유도·펜싱·육상 등에서 메달 4~5개를 따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처음 여름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 2개, 동 2개를 획득해 최고 성적을 거뒀다.

정부 지원도 풍성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100만 세켈(약 3억7000만원)을 포상하기로 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과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상금을 높인 이유는 이번 올림픽이 국가 사기와 직결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올림픽 기간 자국 선수단에 대한 테러 발생 가능성에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아랍권은 물론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반(反)이스라엘 정서도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파리 올림픽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IOC가 지난해 정치와 스포츠를 엄격히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의 선수에 대해 '개인 중립 선수'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했는데, 이를 이스라엘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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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들이 지난 7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전시된 올림픽 오륜기가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을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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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IOC 측은 이스라엘의 참가 자격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3월 이스라엘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며 "어떠한 제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유럽무슬림포럼(EMF) 등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IOC에 "이스라엘을 추방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보이콧에 직면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에선 1972년 발생했던 뮌헨 올림픽 참사와 유사한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창 올림픽이 진행 중이던 그해 9월 5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검은 9월단'이 선수촌 아파트를 급습해 인질 11명을 잡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당시 독일 경찰의 구출 작전이 실패해 인질 전원이 숨졌다.

야엘 아라드 이스라엘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적인 반유대주의 물결로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은 어떠한 (가자지구) 전투나 군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안전한 올림픽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3억2000만 유로(약 47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전례가 없는 보안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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