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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하루천자]김누리 교수의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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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학창 시절 불행을 내면화한 아이들이 과연 어른이 돼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 아이가 과연 성인이 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교육을 넘어 사회의 건강성, 국가의 존립과 맞닿아 있다. 김누리 교수는 그래도 희망은 교육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학벌계급사회'라는 병리적인 사회문화 현상을 넘어설 수 있다면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서 독일을 꼽는다.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역사적 과오 이후 독일에서 68혁명과 교육 개혁을 통해 과거와 다른 '신독일인'을 기르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탈바꿈한 사례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글자 수 106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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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지난 세기에 거쳐 온 독특한 역사적 경로는 '학벌계급사회'라는 아주 병리적인 사회문화 현상의 원인을 설명해 줍니다. 동시에 학벌체제만 넘어설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회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학벌체제를 극복함으로써 근대 사회가 아직 이루지 못한 자유롭고 평등한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새로운 유형의 이상적인 사회 모델을 세계를 향해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교육의 문제가 단순히 교육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야만적인 경쟁이 만들어낸 오만한 승자와 열등감에 찌든 패자가 아니라, 존엄한 인간, 성숙한 민주주의자, 개성적인 자유인을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으로 한국 교육을 바꿀 수만 있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이상적인 나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학벌계급사회를 극복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정될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한국이 보여준 저력, 특히 민주적 잠재력은 놀라웠습니다. 코로나가 몰고 온 사회적 위기 속에서 우리처럼 의연하게 대처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사망자가 급증하던 초기 단계에서 대구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도시 봉쇄도, 이동 제한도 없었지만 시민들은 스스로 이동을 자제했고, 동요나 혼란도, 사재기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시민의식이 이미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과 새로운 교육제도를 통해서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다면, 교육이 학벌이라는 일종의 숨겨진 신분체제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사는 공동체를 위해 기능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김누리,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해냄출판사,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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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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