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소위 ‘이정재 효과’를 노리고 경영권을 넘겼지만, 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크지 않아 매각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사명이 와이더플래닛이던 시기인 지난해 말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래몽래인은 이틀 연속 상한가에 그쳤다.
배우 이정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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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인 배우 이정재 등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실행된 유상증자가 회사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주 발행이 완료되면 최대주주가 바뀌는 데 이를 막기 위해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정재와 아티스트유나이티드, 박인규 위지윅스튜디오 대표 등은 29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원래 래몽래인 주주였는데, 박인규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지난 3월 20일 대금까지 모두 납입했다. 소액주주 주장에 따르면 래몽래인 정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신주가 전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새로 발행된 주식은 292만440주로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정관에 해당 내용이 있는 것은 맞지만, 유상증자를 계획할 당시엔 래몽래인 측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고, 초과 주식 수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래몽래인 관계자는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 주주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소를 제기한 일부 소액주주가 신모씨 등 11명에 불과해 모든 소액주주를 대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전적 의미의 소액주주는 맞지만, 김 대표 측과 연관된 우호 지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를 제기한 소액주주 측 의견이 관철되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보다 김 대표가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래몽래인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실망감에 경영권 매각을 철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본인이 보유한 래몽래인 주식 131만8295주를 한주도 팔지 않고 신주 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넘겼다. 소위 ‘이정재 효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큰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간 주식 시장에서 ‘이정재 효과’는 막강했다. 지난해 말 이정재와 정우성이 각각 10억원, 20억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정재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친분이 주가 폭등 배경으로 꼽힌다. 이정재가 한 전 장관과 서울 현대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지면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도 ‘한동훈 테마주’로 엮였다.
◇ 신주발행 못하면 유증도 무효… 매각 무산 가능성
신주발행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래몽래인 인수는 무위로 돌아간다. 소액주주들의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김 대표는 경영권 매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아티스트유나이티드가 투자 전 논의했던 것과 달리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를 인수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며 “저를 포함한 현 래몽래인 경영진은 회사의 본업에서 벗어나는 상장사 인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전달했다”고 했다.
반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김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매각하고 떠나기로 하고 래몽래인을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계약 후 돌변해 계속 경영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는 컨소시엄 구성원에 인수 의향서를 냈을 뿐이고, 이마저도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5일 래몽래인을 상대로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구하는 재판을 신청했고, 김 대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와 정관 변경 등에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바뀌면 새 최대주주는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진을 교체해 경영권을 차지한다.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결국 개인투자자 표심이 어디로 쏠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18.44%를 보유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다. 이정재와 박인규 위지윅스튜디오 대표가 각각 5.12%, 위지윅스튜디오가 10%를 갖고 있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윤희경 래몽래인 이사의 지분은 0.51%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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