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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벼랑 끝 홍콩 증시, 70년 관습 깨고 악천후에도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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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 오는 9월 23일부터 악천후에도 증시 열기로
중국 본토 증시와 발맞춰 거래 유지
시위 및 코로나 여파로 항셍 지수 위기, 증시 부양용 특별 조치 절실
시장에서는 시큰둥, 악천후 개장보다 알리바바 같은 유망 종목 들여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 14일 홍콩의 홍콩증권거래소(HKEX)에서 폴 챈 홍콩 재무장관(오른쪽 세번째)이 음력 설 이후 첫 거래를 알리는 징을 울리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10월 19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인근에서 현지 시민들이 흑색 호우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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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와 민주화 탄압,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약 4년 동안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홍콩 증시가 약 70년에 걸친 관례를 깨고, 태풍 및 악천후 상황에서도 증시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조치가 홍콩 증시의 흥행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은 18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악천후에 따른 홍콩증권거래소(HKEX) 휴장 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오는 9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 남부에 위치한 홍콩은 매년 8~9월에 강력한 계절성 태풍을 겪고 있다. 홍콩에서는 1,3,8,9,10까지 5단계에 걸쳐 태풍 경보를 발령하며 8호 경보의 경우 시속 63~117km의 강풍이 부는 상황이다. HKEX를 포함한 홍콩의 금융기관 및 관공서들은 8, 9, 10호 경보가 발령되면 문을 닫으며 대부분의 대중교통도 운행을 중단한다.

한 해 평균 6개의 태풍을 경험하는 홍콩에서는 지난해에만 4차례나 태풍 때문에 증시가 멈췄다. 2018~2023년 사이 태풍에 따른 휴장은 11회에 달한다.

존 리는 18일 발표에서 홍콩 증시가 홍콩에 8호 이상의 태풍 경보가 발령되거나 흑색 호우경보가 발령되어도 평소처럼 운영된다고 확인했다. 흑색 호우경보는 시간당 강우량이 70mm 이상으로 3단계 호우 경보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홍콩 시가지에 8호 태풍 경보와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 SCMP는 HKEX가 약 70년 동안 유지했던 악천후 휴장 관례를 버렸다고 지적했다.

존 리는 "현재 중국 선전과 상하이는 악천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며 "국제 금융 중심지인 홍콩이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증시에서 거래하는 증권사의 약 90%가 악천후 휴장 폐지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거래가 전자식으로 진행되는 현대 증시에서 날씨가 나쁘다고 증시를 멈추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증권협회의 캐서린 코우 회장은 홍콩이 "중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잇는 슈퍼 커넥터"라며 악천후 휴장 폐지 논의가 이미 1년 동안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기상 당국에 따르면 1961~2020년 사이 홍콩이 겪은 태풍은 매년 평균 15개였다. 2023년의 태풍 건수는 기후 변화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프랑스 AFP통신은 기후 변화로 인해 폭풍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연 재해 보다는 시장 부양 차원에서 나왔다고 본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홍콩 증시는 엄청난 규모의 외국 자본 이탈을 경험했다. 홍콩 항셍 지수는 2020~2023년까지 4년 연속으로 연초 대비 떨어진 수준으로 연말 장을 마무리했다. 항셍 지수는 올해 4월 들어 겨우 반등했지만 중국 본토 증시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도 증시가 시가 총액으로 홍콩 증시를 꺾고 세계 4위 증시로 거듭났다.

홍콩 킹스턴 증권의 디키 웡 전무이사는 “이번 조치가 홍콩 증시 투자 심리나 거래량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홍콩 증시와 중국 본토 증시의 교차 거래 프로그램을 언급하고 "시장에서는 교차 거래 종목 확장에 더욱 관심이 있다"며 홍콩에서도 알리바바같은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항셍 지수는 악천후 거래 발표 직후 1만7879 선을 유지하며 전일보다 0.21% 하락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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