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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AI 인재 1명 잡으려... MS, 회사 통째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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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인재 대란] [中] 美·유럽 전문 인력 47만명 부족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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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붐이 일자 세계 각국이 ‘반도체 자립’ 기치를 내걸고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첨단 반도체 공장을 무더기로 짓고 있다. 하지만 정작 건설부터 제조·연구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반도체 패권을 가져오려는 미국·유럽은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 47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종사자 17만명의 세 배에 가까운 숫자다.

반도체·AI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과 기업의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 딥마인드를 공동 창업한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하기 위해 그가 세운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를 인수했다. 구체적인 인수 비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1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대만으로 반도체 유학을 보내고 있다.

AI 가속기(반도체의 일종)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반도체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데려간 반도체 인재는 515명, 그 반대는 절반인 278명이다. SK하이닉스에서 엔비디아로 간 인원은 38명이지만, 그 역은 한 명도 없다. 이들이 인재를 빨아들이면, 그 후폭풍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AI·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반도체 인력 부족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각 선진국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단순 제조 인력이라도 최소 1년은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개발 인력은 최소 10년은 투자해야 길러낼 수 있다. AI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대만, 일본, 유럽 등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인재는 태부족이다. 전 세계적인 인재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퇴역 군인까지 끌어쓰는 미국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추산한 반도체 인력 부족분은 2030년까지 6만7000명에 달한다. 일하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는 로런 하트는 “7~15년 차 허리급 엔지니어가 텅 빈 상태”라며 “엔지니어 공백을 퇴역 군인들로 채우고 있다”고 했다. 군에서 특정한 전자 장비를 다루거나, 핵시설같이 민감한 장비를 다룬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들은 반도체 헤드헌터들의 타깃 1순위라고 한다. 연방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2년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발표 당시, 18조원을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 분야에 쏟아붓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EU칩스법’ 보조금 62조원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10% 수준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인텔이 아일랜드·독일·폴란드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고, TSMC도 독일에 신규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역시 인력난이 심각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유럽 반도체 업계는 2030년까지 반도체 전문 인력 40만명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경제연구소는 “독일 내에서만 반도체 인력이 6만2000명 부족하고, 이들의 고령화가 심각해 10년 내 3분의 1이 은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비상책으로 대만 반도체 유학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1월 독일 작센주는 드레스덴 공과대학과 함께 대만 TSMC에 대학생 30명을 파견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이들은 국립 대만대와 TSMC에 5개월간 머무르며 반도체 제조 관련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일본·대만도 인력 고민

TSMC 반도체 공장 벨트로 연결된 대만과 일본도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강국 부활’을 목표로 하는 일본은 TSMC 공장을 규슈 구마모토에 유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2월 이 공장이 문을 열었는데 일본 전국에서 반도체 인력이 몰리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후쿠오카의 한 반도체 부품 업체는 “TSMC 구마모토 공장으로 인력이 쏠리며 채용이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향후 TSMC 2공장이 지어지면 인재 공동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전자정보기술협회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주요 기업 8곳은 향앞으로 10년간 4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TSMC의 본진인 대만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조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레스트오브월드는 “TSMC는 24시간 대기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원하지만, 대만 젊은이들이 이런 일자리를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만 통계처에 따르면, 올해 대만 대학 유학생 중 23.7%가 베트남 출신, 14%가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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