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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우리 동네는 없었는데 왜…" 러브버그 대발생에 민원 12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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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0일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 A씨가 러브버그떼가 출몰한 북한산 정상 모습을 촬영해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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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5시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봉산 등산로 입구. 데크길 곳곳에는 하루살이보다 크고 파리보다는 가는 날벌레가 무리 지어 날고 있었다. 짝짓기에 성공한 두 마리가 꼬리를 붙이고 나무 울타리를 기어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22년 이곳에서 느닷없이 대발생(비정상적 급증)한 일명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다. 찌푸린 표정의 등산객들은 러브버그 무리를 가르느라 모자를 쥔 팔을 연신 휘둘렀다.

길을 따라 서있는 나무에는 줄기마다 진한 갈색의 ‘끈끈이 롤트랩’이 둘러져 있었다. 트랩에는 러브버그 등 파리류가 죽은 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무당벌레 등 ‘애먼’ 피해를 당한 벌레도 보였다. 은평구청은 2020년 대벌레 대발생으로 곤욕을 치른 봉산에 약제를 살포하는 등 대대적인 방제를 해오다 2022년부터 ‘친환경 방제’를 명목으로 끈끈이를 쓰고 있다. “산이나 강에는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화학적 방제를 하지 말라”는 서울시 입장 등을 반영한 것이다.



러브버그 민원, 벌써 1200여건



팅커벨(동양하루살이)에 이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무리 지어 나타나면서 자치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월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올해 러브버그 방역 민원이 17일 현재 1200여건으로 폭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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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비행’ 중인 동양하루살이.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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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대발생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됐다. 최초 은평구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대발생은 서울시 전역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여름철 총 4418건이었던 민원 건수가 지난해엔 5600건으로 27% 급증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한강 근처에 거주하는 송모(35)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러브버그는 구경도 못 했는데 최근에 갑자기 우리 동네에도 많아졌다. 산책할 때 얼굴과 팔에 달라붙어 쫓아내느라 불편했는데, 어젯밤에는 집 안에도 들어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신승관 서울대학교 교수는 “올해 러브버그 대발생은 이제 시작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낙엽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알을 낳을 수 있어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대발생…외래종 여부 조사 중



러브버그뿐 아니라 동양하루살이도 3년째 대발생 중이다. 2022년 남양주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 송파구 등 동부 지역 한강 변에 대발생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가 접수한 동양하루살이 관련 민원은 229건이다. 지난해까지는 민원 건수를 집계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로 이런 벌레 대발생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곤충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조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러브버그도 지난해보다 더위가 이르게 찾아온 올해, 보름 가까이 빨리 관측됐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해 러브버그의 첫 관찰 기록은 6월 15일이었는데, 올해는 6월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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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 등이 외래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전자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외래종이 국내에 유입되고 대발생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토착종이라면 과거 대발생 기록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외래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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