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베트남 첫 해외수출 공장 건립
베트남 젊은 현지인 “과일 소주에 반했어요”
‘코리안 보드카’ 아닌 ‘소주’로 우뚝 선 진로
베트남 북부 홍강 삼각주에 있는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내 하이트진로 공장 부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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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왕복 6차선 하이퐁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 넘게 달리자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평야가 초록 융단처럼 펼쳐졌다.
베트남 북부 홍강 삼각주에 있는 타이빈성. 시골길을 따라 덜컹거리는 것도 잠시 타이빈 경제특구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내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공장 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2년 뒤 전 세계로 쏟아질 ‘진로’ 소주 생산기지인 축구장 11배 크기의 공사현장이었다.
하노이에서 120㎞, 하이퐁에서 40㎞ 거리에 있는 타이빈은 한창 무역 거점도시로 변신 중이었다. 특히 국제공항과 심해 항구, 해안 도로 등과 인접해 물류 접근성이 뛰어난 그린아이파크 산업공단은 2019년부터 세금과 토지사용료 등 각종 혜택으로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 부지 면적 8만2000㎡(2만4830평) 규모의 공장을 이곳에 짓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을 전초기지 삼아 오는 2030년 해외 매출 5000억원 달성이라는 글로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올해 말 공장 설계와 인허가를 마친 뒤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26년부터 수출용 소주를 생산하게 된다.
초기 목표 생산량은 연간 100만 상자(3000만병). ‘청포도’ ‘딸기’ ‘자몽’ 등 과일 소주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베트남 공장에는 5종의 과일소주 생산 라인부터 우선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정성훈 진로소주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소주는 현지는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필두로 전 세계에 수출될 예정”이라며 “진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글로벌 주류시장을 뒤흔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 있는 고깃집 ‘진로BBQ’에서 현지인들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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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소주가 ‘국가대표’ 주류이긴 하지만 세계인들이 맥주와 와인처럼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답을 찾기 위해 하노이 옛 도심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는 따히엔 맥주거리로 향했다.
해가 뉘엿해질 무렵 100m 넘게 이어진 맥주거리에는 베트남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침 진로 판촉행사 직원을 만나 “정말 진로 소주가 인기가 있냐”고 묻자 “청포도맛 소주가 최고”라며 시음을 권했다. 한 모금을 들이키자 과일주스처럼 달콤했고 입안 가득 청포도향이 퍼졌다.
맥주거리의 78개 주점 중 64개에서 진로 과일 소주와 참이슬 후레쉬를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판매 가격은 병당 12만~15동(6000~8000원)으로 베트남에서 꽤나 고급스러운 술로 평가받고 있었다. 주점에서 파는 버드와이저(5만동) 맥주보다도 3배나 비쌌다.
야외 테이블에서 소주를 마시던 20대 현지 여성들은 “깔끔한 보드카, 부드러운 와인처럼 맛이 좋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진로 소주를 마신다”며 “BTS와 세븐틴 등 K팝은 물론 떡볶이와 김밥 등 한국 음식도 즐겨 찾는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국식 고깃집 ‘진로BBQ’에 들어섰을 때는 이곳이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갔다. 지글지글 불판에서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현지인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광욱 진로BBQ 대표는 “주로 중산층 이상의 직장인과 20대 여성들이 하루 평균 100~150명 정도 오는데 생일과 회식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며 “한류 열풍에 ‘소맥(소주+맥주)’을 칵테일처럼 즐기는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일본계 슈퍼마켓에 들렀다. 매장 한 가운데 빼곡히 진열된 ‘청포도에 이슬’ 등 하이트진로 과일소주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옆에는 세계적인 주류 브랜드가 내놓은 한글이 적힌 소주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진로 인기에 힘입어 유사 소주 제품들이 넘쳐나면서 베트남에만 27개 유사 소주 브랜드 170종이 판매되고 있다. 보드카로 유명한 스미노프와 싱가포르 타이거맥주도 ‘소주’를 판매 중이었다.
“코리안 보드카”가 아닌 “소주” 그 자체로 불리는 진로가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우뚝 설지 주목된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슈퍼마켓에 진열된 소주 진로. 정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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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타이빈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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