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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정용진, e커머스 수장 '물갈이'…쿠팡·알리 출신 '전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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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네이버·알리바바 출신 전문가 영입

"오프라인서 입지 온라인서도 갖출 것"

신상필벌 현실화… 추가 인사 가능성 '촉각'

신세계그룹이 19일 e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대표 등을 포함해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쿠팡과 네이버, 알리바바 등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에서 활동한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부진 사업장에 대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통해 경영 위기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정 회장이 만성 적자인 계열사들에 대해 '신상필벌' 인사 방침의 신호탄을 쏜 만큼 추가 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G마켓 신임 대표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또 SSG닷컴은 최훈학 영업본부장(전무)이 대표 승진했다. 그동안 G마켓과 SSG닷컴을 이끌어온 전항일 대표와 이인영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신세계그룹이 2021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다.

쿠팡·네이버·알리바바 등 경쟁사 전문가들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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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권 신임 G마켓 대표와 최훈학 신임 SSG닷컴 대표. [사진제공=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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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G마켓의 경우 쿠팡과 네이버, 알리바바에서 경력을 쌓은 외부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는 점이다. G마켓 신임 대표로 영입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은 투자 부분과 e커머스, 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고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 일했다.

신세계그룹은 또 G마켓 개발자 조직으로 설치한 테크(Tech) 본부의 수장으로 쿠팡 출신의 오참 상무를 영입하고,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데려왔다.

쿠팡과 네이버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각각 1, 2위 사업자이며,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직접구매앱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 중이다. G마켓 경쟁사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해 e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 e커머스 사업에 전반적인 혁신과 수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쿠팡과 네이버, 알리바바코리아 등에서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인사를 선별했다"고 했다.

SSG닷컴의 경우 그로서리와 물류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최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D/I(데이터·인프라) 본부장직은 이마트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총괄을 맡고 있던 안종훈 상무가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완전한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잠시 주춤하던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적자 누적' e커머스 사업에 '쇄신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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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이 결정된 이인영 SSG닷컴 대표. [사진제공=SSG닷컴]


이번 인사는 e커머스 사업 부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세계그룹의 공감대 속에 이뤄졌다. 그동안 G마켓과 SSG닷컴을 이끌어온 전항일 대표와 이인영 대표는 2021년 신세계그룹이 G마켓을 인수하면서 합류한 인물이다.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이들은 지난해 9월 계열사 대표 40%가 물갈이되는 그룹의 쇄신 인사 당시 나란히 살아남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쿠팡이 e커머스 시장에서 장악력을 확대하고,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기업의 국내 공략이 거세진 가운데 G마켓과 SSG닷컴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G마켓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으며, SSG닷컴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03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그룹에선 "이대로는 더이상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대규모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e커머스 부문이 경쟁력을 강화해 오프라인에서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와 같은 입지를 갖춘다는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그룹 e커머스 부문이 오프라인만큼의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성장에 시동을 거는 동시에 대한민국 최고 유통 기업이자 시장 선도자로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취임 100일' 정용진 회장 '신상필벌' 수시 인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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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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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지난 3월8일 그룹 수장으로 승진한 이후 '신상필벌'에 입각한 수시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경영책임을 묻는 인사를 해왔지만, 정 회장이 취임한 뒤 수사 인사를 통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교체한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올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에 달해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을 보냈다.

이번 SSG닷컴 대표 교체도 마찬가지다. SSG닷컴은 5년전 1조1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양측은 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를 연말까지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마련했지만, 신세계건설에서 촉발한 이마트의 재무적 부담은 더욱 부각됐다.

정 회장이 잇따라 수시 인사에 나서면서 그룹 내부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세계건설과 G마켓, SSG닷컴과 마찬가지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인적쇄신에 나설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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