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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푸틴, 우크라 전쟁에 북 지원 가능성 공식화 …김정은 "동맹관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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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과 러시아가 제3국의 침략을 받았을 경우 군사적 지원을 실행하는 동맹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이를 근거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북한의 군사적 협조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가 러우 전쟁의 수렁에 더 깊게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조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적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그 어떤 나라의 침략이 있는 경우에 서로 협조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사실상 동맹과 유사한 수준의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역시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해 동맹 수준의 조약을 맺었음을 확인했다. 그는 "조선(북한)과 러시아연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되게 지역과 세계평화 및 안정을 굳게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두 나라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계적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이날 양측 정상이 밝힌 조약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북한이 체결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이번 조약에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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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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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조약 체결 배경에 대해 "시대는 달라졌고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에서 조선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지위는 의심할 바 없이 변했다"며 이 조약이 "철저히 평화적이고 방위적인 조약으로서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가속화하는 추동력으로 되리란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조약에 대해 "우리 두 나라 사이 지금까지 이룬 결과로 멈추지 않고 계속 비약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의미를 담은 문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의 북한의 지원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는 "최근 서방에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F-16 폭격기와 다른 군사 설비를 대규모로 지원하고 있단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이것은 서방 국가들이 지켜야 할 자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하여 오늘 조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따라 러시아 연방은 조선인민공화국과 군사기술협조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당초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비롯해 재래식 무기를 지원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양측 모두 이같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왔다. 그러던 양측이 이날 조약 체결을 계기로 상호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게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런 와중에 다른 국가도 아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것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커져갔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행태보다는 제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제재나 제한을 반대한다"며 "서방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제제하는 것을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 주도로 유엔 안보리가 가한 제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시킬 의도가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러시아는 제재 무력화를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골자로 한 결의안 표결을 실시했는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불발됐다. 패널 종료가 사실상 제재 이행을 감시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재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받게 된 이유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조선은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며 한반도 정세를 문제 삼았다.

그는 "지금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 격화에 대한 부담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하려는 서방 나라들 시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앞으로도 조선반도에 위기가 되지 않게, 그리고 장기간 평화와 안정 체계를 불가분 원칙에서 세우기 위해 정치‧외교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조선반도 긴장의 근원은 바로 미국의 침략적 대결적 정책"이라며 "그 정책으로 조선반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이 참가하는 군사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에 적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한미,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이 한반도 긴장 상황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파기하고 전 동북아 지역의 모든 나라에 안정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우리 두 나라는 보다 더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화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질서는 국제법과 다극적인 체계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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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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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잇는 철도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철도 회사가 하산에서 나진항까지 이어지는 철도 보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제3국도 같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 러시아 석탄을 나진항을 통해 중국 측에 운반됐다"고 소개했다.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급차인 리무진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및 해군 장성의 단검 등을 선물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해당 차량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여러 예술 작품들을 선물했는데, 푸틴을 유사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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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북한 수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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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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