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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뉴스분석] 관계격상으로 밀착 과시한 김정은·푸틴...대북압박 더 거칠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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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19일 밤 마무리 되면서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의 군사 협력 양상 등 관계 강화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1박2일의 일정을 예정했지만 지각도착으로 사실상 당일치기 정상회담을 했는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의 대규모 환영행사와 단독・확대 회담 등 밀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북러 공동 관심사와 양측의 입장을 전반적으로 다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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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중이다. 2024.06.19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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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 체결로 북러 간 밀착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은 물론 김정은과 푸틴이 나란히 회담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첨단 군사기술 지원이나 미국의 대북・대러 제재에 맞서기 위한 무역・결제 시스템의 구축 등은 푸틴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 상호지원'에 "中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물의 핵심은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러 어느 쪽이던 서방 등으로부터 침략을 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을 명문화 했다는 점에서 특히 김정은 입장에서는 무게를 실을 만하다.

푸틴도 정상회담 직후 이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가장 앞세움으로써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획기적 협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북러 관계가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문구나 전제조건 등이 공개되지 않아 '상호지원'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1961년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 원조조약'에 담겼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킨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지난 1990년 소련이 한국과 전격 수교하면서 1996년 이를 승계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이 조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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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19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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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조항에 대해 북한의 후견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이 미묘한 기류를 보이고 있어 향후 북중 및 중러 관계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북러 사이의 밀착이 북한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해 미국 등 서방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북핵 위협의 증대와 이에 맞선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미군주둔 확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실제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 일정에 포함된 18일 서울에서 한중 차관급 안보대화를 개최했는데,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국이 한중 고위 대화를 가진 건 북러 밀착에 대한 경계심에서 견제구를 던진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이런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한 듯 푸틴을 수행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어떤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정은・푸틴, 의기투합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

북러 간 현안에 대한 온도차는 18일 노동신문에 실린 푸틴의 기고문과 신문 사설을 통해 감지됐다.

푸틴은 이 글에서 소련군이 일제 강점으로부터 "조선반도를 해방시켰다"고 노골적인 주장을 펼쳤다.

체제의 근간을 김일성의 이른바 '항일 빨치산' 활동에 두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푸틴은 또 "조선 인민은 나라의 국방력과 과학기술, 공업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거대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으며 훌륭한 전진을 이룩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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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찾아 최신 러시아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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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군사정찰위성 기술에 이어 핵잠수함이나 신형 전투기 같은 첨단 군사기술이나 장비의 이전을 내심 희망하고 있는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푸틴의 완곡한 거절 의미로 읽혀질 수 있다.

대신 푸틴은 상호간의 관광여행이나 문화・교육・청년・체육 교류 등을 망라한 관계발전을 언급했다.

또 대북 인도지원을 2차례나 반복하면서 언급해 대러 무기제공에 대한 반대급부가 북한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단독회담서 김정은 노골적 요구했을 가능성

북러 정상은 금수산영빈관에서 확대 회담을 마친 뒤 협정 서명 전까지 약 2시간 정도 통역만 배석하는 단독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정은이 최선희 외무상이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확대회담 배석자 6인에게도 밝히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나 껄끄러운 의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9월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푸틴이 약속한 군사정찰위성 기술 대북제공의 연장선상에서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추진체와 관련한 보다 완벽한 지원을 강조했을 공산이 크다.

김정은이 공언한 정찰위성 2호기 발사는 지난 5월 27일 1단계 로켓이 폭발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고 조속한 재발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대북 식량 제공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 요청도 단독회담을 통해 전달됐을 수 있다.

푸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추가적인 포탄이나 무기제공을 언급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122mm와 152mm 포탄이 180만발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한 포탄의 40%를 차지하는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한의 신형 240mm 방사포나 탱크 수리 등에 필요한 부품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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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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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 겨냥해 김정은 북러 밀착에 공들여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전적인 지지와 굳은 연대성을 표시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면전에서 이례적으로 '무조건적'이란 표현까지 동원해 러브콜을 함으로써 북한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진 푸틴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여보려 김정은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정은의 이 같은 푸틴 환심 사기는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몰아감으로써 한반도 긴장 수위를 올리고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따라 북러 관계를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김정은을 바라보는 푸틴의 시각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대북압박 연대를 통해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대러 무기 제공 등을 차단하려 나설 경우 북한은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각)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압박의 파고도 더 거칠어질 기세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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