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7 (목)

"좋은건 알지만, 지금은 안사요"…전기차가 안 팔리는 3가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캐즘' 논란 한창인 전기차, 미국서도 판매 성장률 둔화

머니투데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한 배경에 비싼 가격, 실효성 없는 보상금, 부족한 인프라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인 수요 정체)' 논란이 뜨겁지만, 구조적·정책적으로 신규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으며 시장 상황이 바뀌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한 배경에 비싼 가격, 실효성 없는 보상금, 부족한 인프라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인 수요 정체)' 논란이 뜨겁지만, 구조적·정책적으로 신규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으며 시장 상황이 바뀌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블루북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21년 이후 급증하던 미국의 분기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3분기 30만대를 넘어선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의 분기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4분기 10만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1년 만인 2021년 4분기엔 15만대로 늘었다. 2022년 2분기에는 20만대, 2023년 1분기에는 25만대가 팔렸다. 하지만 2023년 3분기 30만대를 넘어선 뒤 4분기엔 큰 변화가 없었다. 올 들어서는 전기차 수요 정체, 판매량 저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싼 가격·실효성 없는 보상·부족한 인프라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지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차 관련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전기차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판매 성장세가 둔화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FT는 짚었다. 소비자 대부분이 전기차를 염두에 두지만 가격을 비교한 뒤 실제 구매 단계에선 이보다 저렴한 가솔린 내연기관차를 선택하기 때문에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멈췄다고 봤다.

5월 기준 미국의 신형 전기차 가격은 평균 5만7000달러(한화 약 7900만원)로 내연기관차(4만8000달러·약 6600만원)보다 20% 가까이 비싸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포드의 내연기관 픽업트럭 'F-150'의 판매가는 4만4000달러지만 전기차 버전인 'F-150 라이트닝'은 5만5000달러로 25% 차이가 난다.

실효성 없는 보상 정책도 전기차 신규 수요가 꺾인 요인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공제 혜택을 주지만, 미국 현지에서 조립됐거나 부품을 장착한 차량만 해당한다. FT는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대 세제 혜택을 본 전기차 구매자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약 12만개인 데 비해 전기차 공공 충전소는 6만4000개다. 이 중 급속 충전이 가능한 직류 충전기는 1만개에 불과하다. 집 안에 전용 충전시설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공공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매일 충전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 요인이다. 출·퇴근이나 여행 등으로 장거리 이동이 많은 미국인들 입장에선 더 그렇다.

머니투데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약 12만개인데 비해 전기차 공공 충전소는 6만4000개다. 이 중 급속 충전이 가능한 직류 충전기는 1만개에 불과하다. 사진은 테슬라 충전소.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적 악화에 파산까지…'반값 전기차' 시장 살릴까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지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로 판매 경쟁은 치열해졌는데 수요가 급정체하면서 기업 파산, 실적 악화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이 받았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지난 17일 밤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2016년 회사를 설립한 지 8년 만, 첫 전기차 '오션'을 출시한 지 1년 만이다. 세계 1위 업체인 테슬라 역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올 1분기 테슬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으며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다.

포드·GM·스텔란티스 등은 수년 내에 미국 시장에 2만5000달러짜리 일명 '반값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도 내년 초엔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한다는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대중국 견제로 부품 등 공급망이 제한돼 가격 경쟁력 있는 양질의 전기차를 만들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해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였던 밴 잰슨은 "중국 전기차를 관세로 묶어놓았지만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와 소비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며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고 세금 공제 등 정책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이 받았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회사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