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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강남서도 재건축 멈추나…"조합이 배짱"vs"공사비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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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청담 르엘)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이 게시됐다.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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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이 또 다시 멈춰설 위기에 놓였다.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청담 르엘)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공사 현장에 ‘조합이 도급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에는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일반분양,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도급 공사비 정산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조합을 직격했다.

재작년부터 공사비 증액 요구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늘고 있는데 이처럼 시공사가 공사 중단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린 건 이례적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이 50%인데, 일반분양이 무기한 미뤄지며 공사비 수금이 5.6%에 그치고 있다”며 “우리도 이자 비용이 계속 늘어 도리가 없다. 협의가 안 되면 9월 1일부터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조합이 일반분양 가격을 높이기 위해 분양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의심한다. 일반분양 가격은 토지비와 건축비,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후분양(공정률 80% 단계서 분양)이 가능한 시기까지 가게 되면 정부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돼 분양가를 더욱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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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반면 조합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적정한지 따져봐야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장은 2017년 총 공사비 3726억원에 계약했지만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 지난해 조합이 5909억원으로 58%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증액 폭을 두고 조합원 간 갈등이 생겼고 새 집행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시공사의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늘어난 공사비는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갹출해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이 현재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3건에 그쳤던 검증 요청은 2021년 22건, 22년 32건, 지난해 30건으로 폭증했다. 올해도 6월 현재 12건이 접수됐다.

통상 3개월 걸리던 검증 기간도 신청이 늘며 5~6개월씩 걸리고 있다. 또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가 강제력이 없다 보니 분쟁이 끝나지 않을 여지도 남는다. 이 과정에서 일반분양을 기다려온 수분양자 역시 분양 지연에, 분양가만 오르게 돼 속이 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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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결국 청담삼익 아파트도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에서 내년 상반기에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 아파트의 예정 준공일은 내년 8월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잠실진주(송파구), 반포주공 1단지(서초구) 등도 당초 분양 일정은 지난해였는데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다”며 “특히 분양가상한제 지역인 강남의 재건축조합은 분양가를 높여도 완판될 것으로 보고 조합이 배짱을 부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서울 시내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은 “조합은 공사비에 대한 전문성이 없지 않느냐. 증액분이 다 조합원 부담인데 거품이 껴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금리였던 2020년 이전에 계약했던 재건축 사업장 대부분이 이후 고금리, 공사비 급등으로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공사, 조합원, 수분양자 3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에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6개월 간 중단된 바 있고, 올해 초엔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이 공사를 멈춘 뒤 이달 초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됐다.

이 연구위원은 “조합은 무리한 요구를 줄이고, 시공사는 공사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측이 갈등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도록 정부도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실효성을 높이는 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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