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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北 이어 베트남에서 또 지각한 푸틴, 당일치기로 경제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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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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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빈 방문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새벽 당일치기로 베트남을 찾았다. 북한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한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에선 무역·경제 협력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를 전후해 평양을 출발한 푸틴 대통령은 약 4시간 뒤인 베트남 현지시간으로 오전 1시 5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당초 19~20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애초 일정인 18일 저녁이 아닌 19일 새벽에 지각 도착하는 바람에 베트남에도 20일에 도착하게 됐다. 방문 일정도 북한처럼 당일치기로 축소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1∼4위를 모두 만나게 된다. 이날 정오쯤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 럼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환영행사에 참석,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럼 주석은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들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럼 주석과 여러 지역적 사안과 국제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에 대한 러시아와 베트남의 입장은 대체로 일치하거나 가깝다”고 말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초청한 베트남 국가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팜 민 찐 총리, 럼 주석과 회담했다. 오후에는 베트남의 국부인 호찌민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쩐 타인 만 국회의장을 럼 주석과 함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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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베트남 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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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로사톰은 베트남 원자력 산업 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에너지는 양국 협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이 베트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베트남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속히 커지고 있다. 베트남뉴스통신(VNA)에 따르면 올해 양국 무역 규모는 지난달까지 19억60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4% 증가했다.

푸틴으로선 서방 제재의 우회 통로로 중요한 베트남을 원자력과 LNG 등 에너지 협력으로 더 가까이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이다. 푸틴은 기고문에서 양국 간 무역에서 러시아 루블화와 베트남 동화를 통한 결제 비율이 지난해 40%에서 지난 1분기 60%로 높아졌다고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2006년 하노이에 설립된 ‘베트남-러시아 합작은행(VRB)’이 양국 간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거래를 보장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서방 제재를 피할 탈(脫) 달러화를 경제 구축을 위해 베트남과의 협력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다만 푸틴의 계획이 생각대로 흘러갈 지는 확실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약 10년 전(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개발 계획을 유보한 베트남이 입장을 바꿔 개발을 재개할 의사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캐나다 등이 이미 베트남에 원전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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