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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피해자에게 더 많은 몫… 대법, 국민연금 손배소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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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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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사고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뒤 이를 가해자 측에 청구할 때,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은 공단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20일 나왔다.

종전 판례와 비교하면 사고 피해자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공단은 피해자에게 지급한 연금을 가해자로부터 전액 회수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날 교통사고 피해자 A씨 등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 같은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A씨가 2016년 1월 오토바이를 타고 경남 사천시의 한 교차로를 지나다가 택시와 부딪힌 교통사고가 발단이다. A씨는 이 사고로 사지마비 등 큰 부상을 입었고, 택시와 공제(보험) 계약을 맺은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다만 사고에서 A씨의 책임도 일부 인정돼 조합의 배상 책임은 60%로 조사됐다.

A씨는 하급심 재판 중인 2016년 8월~2021년 7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연금으로 2600여만원을 받았다. 공단은 손배소 2심에서 자신이 지급한 연금액을 조합에 받아내고자 소송에 참가했다. 종래 대법원 판례는 공단이 지급한 연금 전액을 사고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르면 조합은 2600여만원을 모두 공단에 내고, 남은 배상 액수를 A씨에게 지급하게 된다. 공단의 재정 확보에 유리한 판결이다.

그러나 2심은 공단이 지급한 장애연금 전액을 가해자에게 돌려받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공단이 청구한 장애연금 중 A씨의 과실 비율을 제외한 만큼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즉 연금액 2600여만원의 60%인 1500여만원만 가해자에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인 A씨가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은 1000여만원가량 늘어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심의 계산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 국민연금 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단의) 재정 확보를 위해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해석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도 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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