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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3 (화)

[단독]환자 칼에 찔린 의사 “정부·의사·국민이 한 발씩만 양보했으면”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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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6.1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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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를 무서워하게 되고 환자는 의사를 못 믿게 됐습니다. 팽팽해진 대립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19일 진료를 보던 환자로부터 목 주변을 칼로 찔려 응급수술을 받은 의사 이모 씨(50)가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전날 여느 때처럼 환자 진료를 하던 도중 1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갑자기 난입한 환자가 휘두른 식칼에 왼쪽 경동맥 주변을 수차례 맞아 8cm 이상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이 남성은 “죽어, 죽어. 의사가 약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해?”라며 의사를 불신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식칼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이 씨는 “185cm가 넘는 키의 환자가 휘두르는 팔을 나머지 오른팔로 간신히 저지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의사였다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진료라는 것이 환자와 의사 간에 마음이 통해야 하는 것인데 점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의료는 망가질 것이다”라고 했다. 이 씨는 현재 수술 후 마비 증상 등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진료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의사 한 명, 한 명이 무슨 힘이 있겠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수련하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되는 것이 의사인데 이제 칼까지 맞아가면서 진료를 한다는 게 많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정부와 의사, 그리고 국민이 화기애애해진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은 덜 생길 것이다. 필수 진료 과목만 수가를 보존해주면서 인원도 조금만 더 뽑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재 해당 남성의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20일 오후 이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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