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시가 엑스포 홍보 예산을 집행하면서 일부 신문사에 돈을 주고 기획기사와 칼럼을 게재하도록 하는 등 부산시와 언론사 간 ‘기사와 칼럼 거래’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포착됐다.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기사 거래 의혹’의 핵심은 부산시가 일부 신문사에 엑스포 홍보 지면 광고를 주면서 홍보기사와 칼럼까지 끼워 거래한 게 아니냐는 것. 뉴스타파는 부산시가 쓴 엑스포 홍보 예산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와 언론 사이에 기획기사와 칼럼의 게재를 돈을 주고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부산시 내부 공문을 여럿 확보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가 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와 엑스포 유치를 연관 지어 기획 기사로 보도”했고, “보다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엑스포 광고를 병행했다”고 밝혀, 언론사에 돈을 주고 홍보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기사와 칼럼 거래 의혹의 제기된 신문사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이다. 중앙일보는 거래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동아일보는 뉴스타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2023년 3월 6일자, 부산시 공문 : ‘PR프로그램 활용 홍보계획’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 누리집에서 ‘PR’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부산시 공문을 확인했다. 지난해 3월 16일, 부산시가 작성한 ‘PR프로그램 활용 홍보계획’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나온다.
여기에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구체적인 PR실행전략이 담긴 기획안이 첨부돼 있다. 부산시로부터 엑스포 종합홍보 용역을 맡은 대홍기획이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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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내부 공문만 보면, 부산시가 신문사에 돈을 주고 기사와 기고를 게재한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산시와 언론사 간 ‘기사 거래’를 시도하는 것으로 믿기 어려운 계획이다. 세금 오남용은 물론 심각한 언론 윤리 논란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문서는 2023년 3월 6일 자로 생산돼 부산시 유치홍보과장을 거쳐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이 결재한, 부산시가 공식 생산한 공문이 명백했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을 주고 엑스포 홍보기사와 기고문를 거래해 언론사에 게재한다는 부산시의 ‘어처구니 없는 계획’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부산시가 PR실적으로 소개한 기사와 칼럼 6건 발견
부산시와 신문사 간 ‘기사 거래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로 찾아낸 부산시 공문은 엑스포 유치전이 끝난 지난해 12월 작성된 것이다.
문서 제목은 ‘2023년 종합홍보용역 결과보고’다. 종합홍보용역사인 대홍기획이 맡은 105억원 짜리 2023년 엑스포 유치 활동 결과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홍보 추진 실적을 분야별로 37쪽 분량에 걸쳐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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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아일보의 기획기사의 경우,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가 소재로 엑스포 유치한다는 내용인데, 앞서 2023년 3월 6일 자로 작성된 부산시의 공문에 등장하는 기획 기사의 게재 계획과 얼추 맞아떨어졌다. 언급된 6건의 기사와 칼럼 모두 출력해 확인해 보니, 부산시로부터 협찬이나 세금 지원을 받았다는 언급은 따로 없었다. 여느 기사나 칼럼과 다를바 없었다.
지난해 국내 언론사들이 쏟아낸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보도와 칼럼은 수천 건에 이른다. 부산시는 왜 유독 이 6건만 꼭 집어 엑스포 유치 관련해 자신들의 PR 즉, 홍보 실적으로 올린 걸까.
여느 기사들과 달리, 이 6건의 기획 기사와 칼럼은 6개월 전 20203년 3월 부산시가 작성한 공문에 계획한 대로, 실제로 신문사에 돈을 주고 게재를 거래한 결과물은 아닐까? ‘기사와 칼럼 거래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칼럼 기고자들, “신문사 아닌 홍보대행사로부터 원고 청탁받있다”
뉴스타파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고자들에게 연락해 칼럼을 쓰게 된 경위를 확인했다. 먼저, 중앙일보에 칼럼을 낸 최 모 교수의 연구실에 물었다. 교수 연구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디에 게재될지 알지도 못 한 채, 원고 청탁을 의뢰받았다고 말했다.
□ 기자: 작년에 교수님께서 부산엑스포 관련해서 칼럼을 쓰신 게 있는데, 어떻게 기고를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가지고 전화드렸어요.교수 연구실 관계자는 또 칼럼 기고를 요청한 곳이 중앙일보가 아니라 A라는 홍보대행사였으며, 원고료도 중앙일보가 아닌 홍보대행사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받은 기고료는 몇십만 원으로 기억했다.
■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 : 그때 부산 박람회 때 기획 의도를 거기서 알려주시고. 유치 홍보 일환으로 어떻게 하겠다 이런 거였거든요. 그래서 교수님께서 디지털 문명 그 주제에 맞춰서 교수님이 (기고를) 하셨어요. 저희한테 기고되는 매체가 중앙일보는 얘기 안 했고, 동아일보나 한국경제 등에 게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 <중앙일보> 칼럼 기고자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와의 전화
■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 : 그때 기획 회사에서 소규모 회사인 것 같아요. 부산엑스포를 위해서 기고를 요청하고 기획 의도는 이렇다.이어 동아일보에 실린 엑스포 홍보 칼럼의 기고자인 한 외국인과도 통화했다. 그 역시, 칼럼이 실린 동아일보가 아닌, A홍보대행사로부터 기고를 요청받았으며, 홍보대행사에 원고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앞의 최 교수에게 원고 청탁을 의뢰한 곳과 같은 A홍보대행사다.
□ 기자: (기고 요청한 곳이) 중앙일보가 아니라는 거네요?
■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 : 네. 거기하고는 연락한 적도 없고.
□ 기자: 어디서 의뢰를 받았다는 거예요?
■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 : 부산엑스포를 그 기고를 목적으로 중간에 컨설팅 회사가 꼈고 그(홍보) 회사에서 저희한테 요청을 했고 엑스포를 위해서 이렇게 기고를 요청드린다고 했고 금액도 제안을 그때 해서 이렇게 드렸어요.
- <중앙일보> 칼럼 기고자 최 교수 연구실 관계자와의 전화
□ 기자 : 작년에 엑스포 관련해서 동아일보에 기고하신 글이 있던데 혹시 기억하실까요?두 기고자와의 통화를 정리하면, 두 명 모두 해당 언론사가 아닌, A홍보대행사로부터 칼럼 청탁을 받았고, 한 기고자의 경우 자신이 쓴 칼럼이 어디에 실릴지 알지 못한 채 글을 써서 A홍보대행사에 넘겨줬으며, 칼럼의 원고료는 언론사가 아닌 A홍보대행사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 외국인 기고자 : 예예 맞아요. 예.
□ 기자 : 어떻게 기고를 요청받으셔서 쓰셨는지 직접 동아일보에 게재를 하신 건가요? 기고를 하신 건가요?
■ 외국인 기고자 : 어떤 홍보회사가 (저에게 기고를) 물어봤어요. 제가 하고 싶은지
□ 기자 : OOO이라는 홍보대행사에서 (기고 요청을) 받으신 것 같은데.
■ 외국인 기고자 : 네네 맞아요.
□ 기자 : 직접 동아일보에 기고하신 건 아니죠?
■ 외국인 기고자 : 예. 안 했어요.
□ 기자 : 그래서 요청을 받아서 OOO이라는 홍보대행사에다가 글을 보내신 거네요.
■ 외국인 기고자 : 네네. 그렇습니다.
- <동아일보> 외국인 칼럼 기고자와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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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검수 자료에 문제의 기사·칼럼 포함된 사실 확인
‘기사 거래 의혹’과 관련해 뉴스타파가 마지막으로 찾아낸 부산시 공문은 지난해 6월 16일 자로 작성됐다. 제목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PR 홍보비 지급 의뢰(동아일보사 외 2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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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산시가 동아, 중앙, 한경 등 3개 언론사에 지급한 PR홍보비에 전면(지면)광고뿐 아니라 ‘협찬 기사 게재’까지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지급 건명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관련 협찬 기사 및 지면광고”라고 적시돼 있는데다, 광고 내용에 “협찬 기사 게재 및 전면광고”라고 또렷하게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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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이렇게 내부 공문에는 3개 언론사에 지출한 광고비 중에 협찬기사의 게재 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지만, 정작 한국언론진흥재단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광고료를 집행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 이제 업무 프로세스 자체가 저희 쪽에 광고 의뢰를 부산시에서 넣고 요청을 하고 그 절차 진행하면서 협찬기사라는 내용이 저희 쪽에 아예 고지가 없었습니다. 저희 쪽에는결국, 부산시가 작성한 세 건의 공문을 차례로 확인하면서 부산시가 3개 언론사에 광고료 1억 3천 2백만 원을 집행하는 과정에 세 건의 기사와 칼럼을 지면광고에 묶어 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 기자: 광고만 한걸로?
■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 : 맞아요. 그렇게 들어와 있고 저희도 검수 자료상은 광고만 이제 올라와 있어서 저희 담당자가 처리한 것 같더라고요.
□ 기자 : 그러면 동아일보 지면 광고 1개, 중앙일보 지면 광고 1개 한국 경제 1개 이렇게 1개씩 들어왔다는 거예요■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 :그거는 저도 한번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아요. 검수 자료 말씀 주시는 거죠? 보니까 중앙이 두 건으로 들어오고 한경(한국경제)이 한 건, 동아가 한 건 이렇게 들어온 것 같아요.
-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
뉴스타파는 기고자들에게 칼럼을 의뢰한 A홍보대행사에 전화해 칼럼의 청탁 과정과 신문사에 해당 칼럼이 게재된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해당 용역을 맡은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돈을 받고 기사와 칼럼을 실어준 것으로 의심받는 언론사에 연락했다. 중앙일보 측은 기사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일보에 연락해 부산시로부터 돈을 받고 협찬 기사를 냈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어 ‘기사 거래 의혹’이 담긴 부산시 공문을 결재한 부산시 공무원에게 전화했다. 이 공무원은 현재 퇴직한 상태였다. 그는 “지금은 퇴직해 답변할 수 없다며 부산시에 확인해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산시 서면답변으로 ‘기획 기사, 광고와 병행’ 사실상 인정... 이후 태도 변화
뉴스타파는 부산시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를 상대로 세금으로 협찬 기사와 칼럼의 끼워팔기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부산시는 서면 답변을 보내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가 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와 엑스포 유치를 연관 지어 기획 기사로 보도했다”며 “보다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엑스포 광고를 병행했다”고 답해, 사실상 ‘기사와 칼럼 거래’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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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이후 부산시는 다시 연락해 국민의 세금으로 기사와 칼럼 게재를 거래하는 계획을 애초에 누가 기획했는지, 적절한 예산 집행인지 물었다.
그런데 부산시는 이틀 전 보내 온 서면답변과 달리, “엑스포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였을 뿐이며, “(부산시 공문을) 오해로 잘 못 볼 수 있다”며, “기사가 나가는 상황을 보고 (신문사에) 광고를 한 것이지, 기사가 나가는 것을 전제로 광고를 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작성한 공문에 협찬 기사의 게재 비용으로 광고료를 집행한다고 기재하고, 검수 비용 증빙 자료에 칼럼을 첨부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부산시와 동아일보아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사간에 국민의 세금으로 기사와 칼럼을 거래한 구체적 증거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부산시의 세금 오남용과 부적절한 예산 집행에 대한 비판은 물론, 세금을 이용한 공론장의 왜곡과 조작, 나아가 신문사의 윤리 위반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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