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오늘과 내일/김흥규]외교 대전환기, 4강 대사의 필수 자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외교는 위기다. 국제질서의 대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은 기존 국제정치·경제·안보 관행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는 크게 흔들리고, 권위주의와 국가자본주의 세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간 미국 자유주의 패권질서의 최대 수혜자였다. 발전도상국 가운데 한국만큼 산업화, 민주화, 디지털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룩한 국가는 없다. 세계 20위권의 국력, 10위권의 경제력, 10위권 이내에 드는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심지어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물자인 반도체 생산국 중 하나이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로 안보질서 재편

미중 전략경쟁의 향배는 현재 미지수이다. 국제정치의 최종 분쟁 해결 방식인 전쟁에 의존한다면 10년 이내에 국제질서에 대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데올로기 확장 전략을 선택한다면 대리전의 양상은 강화될 것이고 현 구도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시한 대로 기술 혁신과 국내 역량의 강화를 통한 경쟁 전략을 택한다면 그 기간은 수십 년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미중 전략경쟁의 과정은 기존 질서에서 성공적이었던 한국에는 큰 위기와 시련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다. 통상국가이면서 스스로 국제·구조적 조건을 바꾸기 어려운 한국은 전쟁을 통한 국제질서의 변화보다는 자연스레 현상 유지 혹은 평화적 방식의 분쟁 해결을 선호하고, 이를 추진할 역량이 국가 생존에 긴요하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 외교는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역대 지도자들은 대부분 외교에 무지했다. 외교에 대한 무지와 홀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강 대사들 임명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4강 대사직은 종종 당파적 측근들의 탐욕에 좌우됐고, 정치적 인물의 은퇴지로 인식되었다. 많은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 질서가 작동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에 의존하면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아쉽게도 이러한 특혜를 누리지 못하는 최초의 정부가 되었다.

전문성-전략 갖춘 대사로 외교 쇄신을

윤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 시기에 미중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로 해석했고, 미국의 승리를 낙관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비용을 과소평가했다. 전환기적 시기 외교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윤 정부는 4강 대사의 임명 역시 기존의 관행대로 캠프 참여나 정치적 인연·학연을 기준으로 했다. 안타깝게도 이 중차대한 세계질서의 변환기에 이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심각한 불협화음만이 들려온다.

대전환기의 국제정치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상호작용하면서 요동친다. 어떠한 현자(賢者)라도 홀로 이 변화를 읽어 내기는 불가능하다. 단순화하면 할수록 현실과는 괴리가 커질 개연성이 높다. 최근 들어 윤 정부는 보다 복합적인 상황을 더 명확히 이해하면서 섬세한 외교로 전환하는 듯하다. 집권 2년이 지난 현재는 외교팀의 교체기이다. 쇄신을 집행하기 위해 4강 대사는 해당 국가에 대한 전문성과 전략적 상상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찾기 위해 일단 당파적인 측근은 배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강대국이 아닌 한국에는 일방적인 입장 전달의 임무보다는 해당 국가의 내부 상황과 정세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본국과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외교의 시대에 상대 국가에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인물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대적 소통이 아니라 우호적 소통 전문가가 필요하다. 복합 외교의 시대에 합당한 수준의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