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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선 넘은' 북러, 정부 전략은…"모든 수단 사용하되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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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동맹 수준 결속...'안보 주권 침해'
한미일 공조, 나토(NATO) 협력 카드 거론
'난제' 군사적 긴장감 관리..."소통으로"


더팩트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 수준의 군사 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정부는 안보 주권이 침해당했다는 입장 아래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수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러와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말아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어 이분법적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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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어느 한 쪽이 전쟁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북러 양국은 이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한반도 안보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정부는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언급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로서는 안보 주권이 침해당했다는 입장 아래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미일 공조 심화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 등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다만 북러와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말아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어 고차원적인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0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맺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중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에 상응하는 조항을 공개했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러시아) 련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돼 있다.

조약에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 등의 표현이 명시된 만큼 과거 북한과 소련이 1961년 7월 맺었다가 폐기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부활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하고,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통해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조약의 무게감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물론 북한과 러시아는 협정과 관련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협정이 양국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조약 4조 등에 대해선 "그 어떤 사소한 해석상 차이도 추호의 주저와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입에선 '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측은 조약 4조에 대해서도 "방어적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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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일 북러 조약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외교적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소통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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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정부의 외교적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일 북러 조약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줄곧 러시아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던 정부 입장에선 도리어 안보 주권을 정면으로 침해당한 만큼,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보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꺼내들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카드를 검토하는 한편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동맹 차원의 조약을 맺어버렸고, 유사시 자동 개입을 연상시키는 강도 높은 군사 협력 조항을 넣어뒀기 때문에 한국이 외교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가 한국에 자국의 전략적 입장을 설명하거나 수위 조절을 위한 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최고 수준의 군사 동맹 체결이라는 폭거를 자행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대 동맹국인 미국과 새롭게 안보 협력 파트너로 부상한 일본과의 협력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이 공동의 안보적 위협으로 다가온다면 나토(NATO)와의 군사적 연결 같은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긴장관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당히 세밀하고 면밀한 관리가 필요해 6·25 전쟁 이후 최대 난국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외교 전략 구상에 앞서 한반도 안보 위기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먼저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미동맹 외에도 협력·균형 외교를 펼치지 못한 결과는 남북 대립 심화, 한미일 대 북중러 신(新)냉전 구도 형성에 이어 북러 간의 사실상 군사동맹 부활로 이어졌다"며 "정부의 외교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부터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자 순서"라며 "앞으로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억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대화를 전제로 하는 균형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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