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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중산층 세금’ 돼버린 ‘부자 세금’…野몽니에도 상속세 개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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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과세자 3년새 2배로
상속재산 70%는 부동산
6년뒤 서울 아파트 80% 과세

與특위서 세제개편 논의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최대주주 할증과세 재검토”


매일경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송언석 위원장(왼쪽)과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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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상속세 과세자가 2만명에 육박하며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치가 올라가면서 새롭게 과세 대상이 된 이들이 급격히 많아져 ‘중산층 세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에 이어 여당도 과세표준 구간 조정과 최대주주 할증과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세제 개편론에 힘을 싣고 있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 피상속인은 1만9944명으로 2022년(1만5760명)보다 4000여 명 증가했다. 상속세는 사망자인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매긴다. 과세 대상 피상속인 숫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던 2020년(1만181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들이 빠르게 증가한 것은 자산가격 상승 때문이다. 6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 가구의 80%가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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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월간주택가격동향·통계청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거주 가구 중 상속세 대상은 올해 77만2000가구에서 2030년 175만3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가 각각 5억원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상 재산가액이 10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부터 상속세 대상에 들어간다.

반면 상속세 결정세액은 줄었다. 지난해 결정세액은 12조3000억원으로 2022년(19조3000억원)보다 7조원 감소했다. 다만 10년 전인 2013년(1조3630억원)과 비교하면 9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결정세액이 1년 만에 대폭 줄어든 데는 2022년 발생한 일부 고액 납부 사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결정세액(12조원)이 2022년 결정세액에 포함된 결과다.

최성영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2022년에는 삼성 영향으로 고액 납부가 늘어 결정세액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재산의 70%는 부동산으로 나타났다. 건물이 18조5000억원(47.6%), 토지가 8조2000억원(21.2%)이다. 지난해 상속재산가액 중 건물 비중은 2021년(23.9%)보다 두 배 가까이 늘면서 관련 통계 발표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상속재산가액 규모별로는 10억∼20억원 구간대 신고 인원이 7849명(42.9%)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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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인들은 물론 중산층까지 상속세 대상이 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상속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상속세 개편은 시급한 과제”라며 힘을 싣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최대주주는 20% 할증이 붙어 60% 세율이 적용된다.

국민의힘도 이날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증여세 개편 방향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 과표 구간 조정과 최대주주 할증과세 재검토, 가업승계 대상 확대,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우리나라 세제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상속세”라며 “5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상속세율, 24년째 변함없는 과세표준 구간, 1997년 이후 28년째 10억원으로 묶여 있는 공제 한도 등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최대주주 할증률(20%)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정상화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을 낸다면 세율 조정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나 자산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상속공제 일괄공제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세는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이므로 배우자 공제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사전 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활용이 저조한 편”이라며 “피상속인에게 적용되는 대표이사 10년 이상 재직 의무, 정규직 근로자 수 유지 의무 요건 등을 다소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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