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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 야욕 소프트뱅크, 네이버와 몸값 협상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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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네이버와 협상 중…합의는 아직"

협상 쟁점 몸값 두고 동상이몽…최근 라인야후 가치 하락

소뱅, AI 대규모 투자 예고…라인 데이터 확보 속도

뉴시스

[도쿄=AP/뉴시스]사진은 2019년 11월 소프트뱅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손정의 회장이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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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 지분 매각 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몸값을 높이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AI(인공지능)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서면서 양사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전날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라인야후 측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 및 사업 전략 측면에서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비록 현재로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유출사태가 발생한 것을 빌미로 총무성은 올해 3~4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관계를 개선하고, 위탁 관계를 종료하라는 행정지도를 두 차례 내렸다.

이는 사실상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라는 의미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 지분을 50%씩 나눠 보유하고 있고,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 64.4%를 갖고 있다.

지분 일부 매각이 실리 거론…엔저·라인야후 주가 부진으로 몸값 줄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을 포함한 협상을 공식화하면서 그 시나리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라인야후 시가총액은 약 24조5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 A홀딩스 지분 가치는 약 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20~40%)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는 10조원 이상이다.

다만 네이버가 지분 전량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AI 대규모 투자에 나선 소프트뱅크가 다 사들이기는 부담인 데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연결고리도 끊기게 된다. 만약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A홀딩스 주식을 1주라도 넘기면 2대 주주로 내려가고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넘어가지만 소프트뱅크가 정관 변경 등 특별 결의를 추진하기 위해 중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3분의2까지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네이버는 최소 15%를 소프트뱅크에 넘겨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경영권 프리미엄 등 최대한 높은 몸값을 받아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AI 투자 실탄을 확보하는 게 실익을 찾는 방안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는 제값 받기가 쉽지 않다. 라인야후의 주가가 2021년 말보다 크게 떨어진 데다 엔화의 저평가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대만과 태국 등 동남아 내 라인 메신저, 페이 등 사업권을 가져오는 것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달 라인야후는 동남아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언론에 드러낸 바 있다.

AI 투자 88조원 투입 예고한 소프트뱅크…현금 여력 부족


최근 소프트뱅크가 AI 대규모 투자에 올인하면서 네이버와 몸값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0일 개최된 소프트뱅크 정기 주주총회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음의 큰 움직임을 찾아야 한다”라며 “대규모 기술 투자를 할 때 울타리를 넘을 준비가 돼있다”라고 선언했다. AI 대규모 투자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손 회장은 “미국에서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지원하는 SB 에너지는 미국 전역에서 재생 가능 전력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최근 AI와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자산을 꾸준히 매각하며 실탄을 확보 중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공개 상장 자산을 매각해 최근 약 290억 달러(약 40조 원)의 현금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은 AI 전용 반도체 개발부터 로봇,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AI 구상을 위해 10조엔(약88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소프트뱅크그룹의 현금성자산은 6조 2000억엔(약 54조2413억원)이기 때문에 추가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손 회장의 AI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의 슈퍼컴퓨팅 인프라에 3700억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세계AI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거리두기 급한 라인야후…AI 대규모 투자에 라인 데이터 탐내


양사 협상이 '동상이몽'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장 한국 정부 조력에 따라 오는 7월1일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하는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 내용이 제외될 예정이다. 그러나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라인페이 서비스 종료 등 거리 두기에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CEO는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와 종업원용 시스템의 인증 기반 분리를 회계연도 2024년(2025년 3월) 중으로 완료할 것"이라며 "자회사의 경우 회계연도 2026년(2027년 3월) 안으로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지만 이를 좀 더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거리두기에 서두르는 배경에는 모회사 소프트뱅크의 AI 투자 야욕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2억명 가까운 라인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미 라인야후는 행정지도 조치로 라인 데이터를 모두 일본에 이전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은 이미 라인야후가 소프트뱅크그룹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AI 학습에 필요한 라인 데이터를 일본으로 가져오고, 네이버와 위탁을 끊은 뒤 AI로 발전시킬 준비를 서두르면서도 네이버에 제값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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