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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월)

'가족 돈 문제'로 몸살 앓는 스타들... 유독 관대한 '친족상도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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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돈 문제 빈번, 한국적 현상 원인]
①이미지 위해 '가족 분쟁' 덮을 필요성
②자산·소득관리 가족이 맡는 경우 많아
③가족 희생과 지원 덕... 보상심리 작용
한국일보

박세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열린 부친 박준철씨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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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세리(47)의 부친이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몰래 만들어 사용했다가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자기 잘못이 아닌 가족의 사업실패나 횡령 때문에 고통·갈등을 겪는 '속사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족·친족 간 경제범죄 처벌을 면제하거나 친고죄(고소가 있어야만 기소)로 정하는 한국 형법의 광범위한 친족상도례 규정이 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연예인' 가족 간 송사... 이유는?


박세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의) 채무를 해결하면 또 다른 게 올라오고, 마치 줄을 선 것처럼 채무문제가 이어졌다"면서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세리 부친은 국제 골프학교를 설립하는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은 뒤, 딸 재단의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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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과 형수로부터 수억 원대의 횡령을 당하고 소를 제기한 방송인 박수홍.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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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문제로 친족과 갈등을 겪다가 송사까지 벌이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사례는 일일이 꼽을 수도 없이 많다. 박수홍은 친형과 형수가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법인과 개인 자금을 횡령한 의혹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가수 장윤정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이 외에 김혜수, 한소희 등 배우들도 '빚투'(마치 '미투'처럼 유명인 가족에게 못 받은 빚을 폭로하는 것)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이 가족으로부터 금전 피해를 입는 요인으로 '이미지 관리'를 지목했다. 직업 특성상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일을 피해야 하는데, 가족 간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계속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가족 간 문제를 법으로 다투는 걸 좋게 보진 않는다"며 "대중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직업 특성상 문제가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가족·친족에게 자산·소득 관리를 맡기다가 누수가 생기고, 이게 나중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를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박수홍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노종언 변호사는 "거물급 연예인 경우 굉장히 바쁘기 때문에 자산관리 등을 가족에게 맡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뒤늦게 금전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법적 분쟁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개인'의 성공을 곧 '가족'의 성공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지원이나 희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후일 가족들이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널 위해 이만큼 헌신했으니 네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작동하고, 스타 역시 부채의식을 갖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바라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거나 자녀 개인의 성공을 곧 가족의 성공으로 동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족이라고 돈 문제 눈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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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헤어진 모친의 사기 행각에 여러 차례 홍역을 겪은 배우 한소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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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가족 사이의 재산 관련 범죄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친족상도례를 규정하는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등이 범한 절도·사기·횡령 등의 재산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 그 외 친족에 대해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2021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가부장제가 강하고 가족 간 연대가 상대적으로 끈끈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친족상도례 특례를 운용하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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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하지만 가족·친족 관계가 과거와 달라졌고, 갈수록 이 특례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박수홍 사건에서 부친이 "내가 빼돌렸다"고 주장한 것 역시 친족상도례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박수홍 형은 동거친족이 아니기에 친족상도례 특례를 받을 수 없었는데, 아버지가 장남의 책임을 대신하며 아무도 처벌받지 않도록 시도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돈 문제로 좀 더 엄정한 잣대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제정된 과거와 달리 오늘날 가족에 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범죄에 대한 처벌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 역시 "최근 가족 간 범행의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엄격히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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