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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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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농장서 일하던 인도 이주노동자, 팔 잘려 사망···“쓰레기처럼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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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탈리아 라티나 지역에서 사망한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사트남 싱을 애도하고 해당 사건에 분노하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옛 트위터)에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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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한 농장에서 이주노동자가 팔이 절단된 채 방치된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야만적인 처사”라며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사남 싱(31)은 지난 17일 로마 남부 라티나 지역의 한 농장 멜론 비닐하우스에서 기계 작업을 하다가 오른팔이 절단됐다.

사고 당시 싱은 트랙터에 부착된 비닐 포장기에 팔이 빨려 들어갔다. 그는 팔 뿐만 아니라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당장 수술해야 했지만, 고용주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싱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싱은 자기 집 앞 도로에 팔이 잘린 채 방치돼 있었다. 그는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구급대 도착 당시 절단된 팔은 과일 상자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싱은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입국해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5유로(약 7500원)를 받고 이곳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인 렌조 로바토는 애도를 표하면서도 “기계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듣지 않았다”며 싱의 부주의 탓에 벌어진 사고라고 선을 그었다.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FLAI-CGIL의 프로시노네 라티나 지부 사무총장인 라우라 하딥 카우르는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는 “경악스러운 것은 인도 노동자가 구조되지 않고 집 근처에 버려졌다는 사실”이라며 “그의 아내가 (고용주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는데도 싱은 누더기 자루처럼, 쓰레기 자루처럼 길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 주재 중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이것은 이탈리아 국민에게 걸맞지 않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이 야만적 처사에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리나 칼데로네 노동부 장관 역시 “진정으로 야만적인 행위”라며 책임자들이 처벌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PD)도 이번 사건을 “문명의 패배”라고 규정하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라티나는 노동자 착취로 악명 높은 지역으로, 주로 아시아 출신이 고용돼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2021년 이탈리아 노동자의 약 11%가 불법 고용돼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는 이 비율이 23%에 달한다.

민주당은 노동 착취 농장에 이주노동자를 공급하는 범죄 조직, 이른바 ‘농업 마피아’의 존재를 거론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정부에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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