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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팩트체크] 상속세 OECD 2위...전면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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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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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

정부가 상속 세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상속세를 손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우리나라 같은 형태의 상속세를 유지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고 개편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음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상속세 근본적인 개편을 정부와 추진하겠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성 실장은 상속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해외도 상속세 폐지 추세다. (“명목세율 50%로 OECD 2위, 대주주 할증 포함 시 60%, 우리는 2000년 이후 유지, 해외는 폐지하거나 방식 변경하고 있다”)

② 이중과세 문제가 있고, 유산취득세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속세는 과거 세금 징수 어려운 때 사망 시점에 세금 걷는 것으로 지금은 재산세와 소득세 등 내고 있는데 이중과세 문제가 있어”)

③ 가업 승계도 어렵게 만든다. (“기업을 물려주는 시점이 됐을 때 상속 시점에 세금을 낸다. 세금 내고 나면 기업 경영권이 물려줄 수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이 된다.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 필요성 있어”)

상속세 개편은 국민들의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성 실장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3회에 걸쳐 팩트체크합니다.

① 상속세 최고 세율 60%…. 세계 최고 수준?



성 실장은 “우리나라 상속세는 세계 2위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최대 주주 할증까지 포함한 최고 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이 26.1%이기 때문에 30%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명목세율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높은 건 맞습니다.

OECD 38개국 중 일본 55%를 제외하면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세계 2위입니다.

하지만 세부기준으로 들어가면 다릅니다.

최고 세율을 적용하는 금액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요국 세율 기준을 확인해 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속액 과세표준(부채, 인적 공제 제외)이 30억 원 이상일 때 최고 세율(50%)이 적용됩니다.

반면 프랑스는 26억 원(180만 유로, 45%), 영국 6억 원(33만 파운드, 40%), 독일 8억7000만 원(60만 유로,30%)대에서 최고 세율이 부과됩니다.

각국의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 우리보다 낮은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50%)이 높은 건 맞지만, 적용 기준(30억 원)이 높다 보니 30억 원(과세표준) 이하 상속세에 대해선 우리나라와 주요국 사이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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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최고세율별 과세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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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억 원을 상속받으면 상속세율 40%를 적용받습니다.

프랑스·영국 역시 40%가 적용돼 상속세 부담이 같습니다.

10억~20억 원 사이의 상속액에서 우리나라와 주요국과 사이의 상속세 차이가 크지 않은 겁니다.

다만 30억 원이 넘는 고액 상속분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상속세액이 높아집니다.

성 실장이 언급한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 대상은 누구일까요?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 최고세율(50%) 적용 대상자는 2022년 기준 955명입니다. (2023 국세통계연보)

이들은 상속세법이 정한 각종 기본공제(예 : 배우자공제 등)를 빼고도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물려받는 대상입니다.

정부가 적용 금액을 그대로 두고 최고세율을 30%로 내리면 상속세 혜택은 이들과 비슷한 자산가들이 받게 됩니다.

그래서 상속세 개편이 최고세율을 30%로 낮추는 방향으로 갈 경우 '부자 감세'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② 해외도 상속세 폐지 추세?



“상속세율은 우리나라가 2000년 이후에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는데 많은 국가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거나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로 해석됩니다.

현재 우리 상속세 체계가 정비된 2000년을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달랐습니다.

OECD 38개국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5개국입니다.

20년 전인 2004년에 스웨덴과 슬로바키아가, 2008년에 오스트리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10년 전인 2014년에 노르웨이와 체코가 상속세를 폐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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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 국가 현황(인하대 김영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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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가 곧 자식에게 물려주는 유산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향후 상속분에 대한 이득에서 세금을 걷는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했습니다.

상속세 폐지 사례로 언급되는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를 폐지한 2004년 근로소득 최고세율을 58%까지 높였고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차등 과세하는 이원소득세를 시행했습니다.

그럼에도 2016년 스웨덴 GDP 1%가 상위 10명에 집중되는 등 상속세 폐지 이후 부의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③ 상속세 납부 대상 어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2017년 6억 708만원에서 지난달 11억 9773만으로 7년 만에 거의 2배로 올랐습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

2017년 6억 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배우자와 자식에게 나눠 상속했다면 기본 공제 5억 원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합한 10억 원이 공제돼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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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4년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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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4년 서울 매매가 평균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상속한다면 10억 원을 공제하고 2억 원이 상속세 과세 표준이 됩니다.

여기 20%의 상속세율을 적용하면 3000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합니다.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2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과세표준 10억 원으로 상속세는 2억 4000만원으로 올라갑니다.

부채나 배우자 공제 범위가 최대 30억 원인 점 등 다른 공제 요인을 고려하면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기본적으로 서울 아파트, 특히 강남지역 아파트 소유주들이 상속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 수는 2018년 8002명에서 2023년 1만9944명(국세통계연보)까지 5년 만에 2.5배로 늘었습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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